오피니언 사설

군 지휘부는 봐주고 사병은 형사 입건하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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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21일 강원도 동부전선 일반전초(GOP) 총기 난사사건에서 드러난 군의 난맥상이 끝나지 않고 있다. 이번엔 범인인 임모 병장 검거 작전 당시 수색팀 간 오인 사격을 둘러싼 처리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오인 사격과 관련해 군 수사 당국이 장병 7명을 형사 입건한 것으로 밝혀지면서다. 임 병장 추적 과정에서 군 수색팀 간 오인 사격은 두 차례 있었다. 이 가운데 사건 하루 뒤 수색팀 소대장 A중위를 임 병장으로 오인하고 사격한 하사 2명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됐다. 같은 혐의로 입건된 나머지 5명은 지난달 23일 수색팀 병사 1명이 관자놀이에 총상을 입은 현장에 있던 해당 부대의 대대장과 중대장·분대장·운전병·무전병이다.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군이 작전 중 오인 사격을 한 장병을 형사 입건하면 촌음을 다투는 실제 상황 때 어느 부대원이 제때에 대응하겠는가. 지휘관도 사격 명령을 주저하지 않겠는가. 군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선(先)대응 후(後)보고의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근무하는 초병이나 작전 중인 장병에게도 적용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인 사격을 피하기 위한 주의 조치는 불가결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형사 입건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군의 사기와 전투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군이 작전 중 오인 사격을 한 장병을 형사입건한 것은 1996년 강릉 대간첩작전 때뿐이다.

 다른 하나는 형평성 문제다. 운전병·무전병과 하사는 형사 입건하면서 22일 A중위에게 먼저 사격한 것으로 알려진 소대장은 부상 중이라는 이유로 입건에서 제외됐다. 게다가 군은 총기 난사사건 및 검거 작전과 관련한 군 지휘부 책임에 대해 사단장·연대장 등을 보직해임했을 뿐이다. 육군 측은 “(작전상) 전공 처리나 국가 보상 등을 위해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해 형사입건했고 작전 중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정상 참작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럴 바엔 왜 형사입건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위고하에 관계없는 공정한 조사와 처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