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동작을 강남4구로" 기동민 "박원순의 부시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7·30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 에 출마한 새누리당 나경원·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정의당 노회찬 후보(왼쪽부터)가 지난 13일 사당동 남성시장을 차례로 방문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세 후보는 15일 교육·주택 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했다. [오종택 기자]

# 14일 오후 3시34분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가 서울 신대방동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 1층에 도착했다. 모시 소재의 흰색 셔츠에 회색 바지, 단화 차림의 나 후보는 영업용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수행비서와 함께 계단을 향해 달렸다. 4층 매니페스토 협약식장에 들어선 나 후보는 먼저 협약식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다른 후보들에게 일일이 “죄송합니다. 전당대회가 늦게 끝나서요”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혼자 협약서에 서명하며 “이번 선거는 네거티브 없이 차분하게, 말하기보다는 듣는 자리가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기온이 섭씨 31도를 기록한 14일 오후 5시32분 서울 사당동 남성시장. 오르막길 끝에 흰색 카니발이 도착했다. 잠시 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차에서 내려 호떡 노점상 상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문재인 의원 옆에 선 한 남성이 연방 목 밑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상인에게 말을 보탰다. “안녕하세요 문재인 의원 오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박원순 시장과 일했던 부시장 기동민입니다.”

 서울의 유일한 재·보선 선거구 동작을이 ‘거물급 여성 정치인의 귀환’이냐 ‘공천파동을 넘어선 박원순의 오른팔’이냐를 두고 후보 간 격전이다. 여기에 노회찬 정의당 후보가 제1야당과 여당을 겨냥해 ‘불판론’을 내세우면서 삼파전 구도 형태다.

 삼파전 구도가 펼쳐졌지만 정작 유권자들은 달갑지 않다는 반응도 보인다. 동작과 지역 연고가 없는 후보들에 대해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흑석동 주민인 김정곤(71)씨는 “다 철새들이고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 관심 없다. 후보들 중에 정말 지역에 관심 있거나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며 “누가 인기가 있든 말든 그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주부 윤영진(46)씨는 “7명 뽑는 선거를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재·보궐 선거를 또 한다고 하니 마음의 여유가 없다”며 “유력정치인이 와도 이 동네가 낙후된 건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제일 잘 아는 게 동작구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약점을 만회하기 위한 후보들의 전략도 제각각이다. 나경원 후보는 여성 정치인으로 ‘엄마의 세심함’을 내세운다. 나 후보의 공식 슬로건은 ‘엄마의 마음으로 동작의 묵은 숙제를 야무지게 풀겠습니다’다. 15일에는 대방동에 자리한 모교 숭의여중을 방문해 학부모와의 면담 자리를 갖고 “동작에서 태어난 동작의 딸이 엄마가 되어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낡은 학교시설 개선,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과 같은 학부모들의 요구에 대해서도 “엄마의 세심함을 살려 풀어 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동민 후보는 ‘정치거물’을 앞세운 인지도 높이기에 사력을 다했다. 그는 이날 오전 이수역 태평백화점 앞 출근길 인사에서도 고개를 숙이며 “박원순 시장과 일했던 서울시 부시장입니다”를 꼭 이름 앞에 붙여 말했다. 그가 멘 어깨띠엔 이름 석 자 앞에도 ‘박원순의 부시장’이라는 문구가 크게 써 있다. 이날 오후 지역 남성시장에 문재인 의원이 격려 방문 왔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문 의원은 지역 주민에게 인사하며 “오늘은 제가 아니라 기동민 후보가 주인공입니다.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는 낡은 정치판을 바꿔야 한다는 ‘불판론’을 내세웠다. 그는 “거물급 정치인이었던 정몽준 의원이 동작을에 왔을 때 큰 기대가 있었는데 주요 공약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데다 제1야당의 공천 파동을 보며 지역주민의 반발감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동작주민이 더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당에서는 야권연대를 기대할지 몰라도 나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완주해 다자 구도 속에서 승리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발전에 대한 정책도 후보의 스타일에 따라 차이가 났다. 나 후보는 “과거 강남의 원조였던 동작이 지금은 강남 3구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며 “앞으로 예산과 같은 정책부문을 책임지고 해결해 주거·교통·교육·안전 문제에 있어 동작구를 강남4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실버특화지구를 지정한다는 복지 정책을 먼저 공개했다.

 기 후보는 “동작에 산적한 현안을 풀어낼 수 있는 건 서울시장과 관계가 가장 중요한 만큼 유권자들의 냉정한 선택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회찬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하고 4대강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글=이지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