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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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80년대의 장을 여는 정초를 맞아 온누리엔 희망이, 가정마다엔 행복이 충만되기를 기원한다.
1980년은 비단 새로운 한 년 시작이라는 뜻에서뿐만 아니라, 특히 한국에선 민주화로 향한 정치발전과정이 추진되는 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뚜렷한 역사적 통찰력이 요구된다.
전환기의 격동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모든 사상을 발전적인 친야와 범세계적인「호리존트」에서 볼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로 맥이 열린 80년대의 세계사적 의미는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우리는 그 으뜸가는 특징을 60년대 이래의 소비문명적 전후 세계가 종언되고, 이제 새로운 지혜의 문명시대가 서서히 개원하고 있다고 규정하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값싸고, 거의 무진장한 것으로 생각돼왔던 석유 「에너지」 자원의 대량소비를 전제로 성립했던 산업구조, 의식주형태, 사상과 가치관등이 이 이상 지탱할 근거를 잃고, 새로운 대체「에너지」원을 찾고, 새로운 행동양태와 새로운「모델」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역사를 되돌아볼 때, 이 연대의 특색은 마치 19세기 초엽의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던 과정에서 겪어야했던 진당과 새로운 가치체계의 태동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한계점에 다다른 신탄 「에너지」 에 대신할 연료로서의 석탄의 등장과 내연기관·전력구동장치의 실용화가 가져다준 19세기 과학문명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각 분야에 걸쳐서 새로운 「이데올로기」, 새로운「모럴」로서의 합리주의·공리주의 등을 정착시키지 않았던가.
당연히 새로운 시대의 여명기에는 희망과 갈등, 악관과 비관이 혼재하는 가운데 『최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 의 양상이 노정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1980년대는 우선 석유와 그 밖의 대체 「에너지」가 게속 옹격과 호불황을 순환시키는 가운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에토스」와 새로운 지식의 빛을 발하게 하고 서서히 새로운 가치체계를 회서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태양력·원자력등 새로운 「에너지」원의 실용화가 촉진되는 외에도 지금까지의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무형가치를 보다 많이 포함하는 생산품이 보편화하고, 질 높은 문화가치를 창조하고 향유하기 위한 지식산업·시간산업 등이 번창하고 확대될 것이다.
이미 광범한 저변을 차지하게 된 한국의 교육받은 인구와 성숙한 민족적 역량을 상기할 때, 우리는 1980년에 전개될 한국의 정치발전과정이 공교롭게도 이러한 80년대 새 문명시대의 흐름과 깊은 세계사적 의미연관을 맺고 있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1980년대를 이렇게 바라볼 때, 이미 고동하기 시작한 1980년의 세계와 한국은 전환기사회 특유의 한가닥 불안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 모두에게 희망과 기대에 찬 도전의 한해가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고. 슬기를 모아 이 도전을 극복하고 밝은 사회를 구현하는 대열에 서야 하겠다.
우리는 진심으로 우리자신이 새로운 문명시대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국민이 될 것과 우리가 사는 하루 하루와 우리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새로운 시대의 「모럴」을 신나게 대표할 수 있는 국민이 되기를 자기하여야 하겠다.
『신난다』 는 말은 한국어에만 있는 독특한 「뉘앙스」를 가진 어휘가운데 하나이지만, 우리는 새로 움트기 시작한 새로운 문명시대의「에로스」가 요컨대 이 신나는 사회를 만드는데 있다고 믿는다.
한국인은 비록 물질적으로 충촉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실현불가능하게 보이는 곤란한 일을 당해도, 한번 신이 나기만 하면 충분히 행복을 느끼고, 얼핏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던 일조차 능히 실현해 보일수 있는 국민적 기질을 가진 국민임을 여러번 입증했었다.
그렇다면 한국 국민을 신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말이 연원이라 할 수 있는 「샤먼」적 신들림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비록 작은 일일망정 각자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꼈을 때, 가지게 되는 심리적 만족감이라할 수 있을 듯하다.
한국 국민은 곧고 바른 정치가 행해져 모든 일에 균형이 잡히고, 자신이 한일에 대한 정당한 보수가 주어지고, 대소사에 걸쳐 선한 상식이 통용되고, 죄를 지었거나 부정을 행한 자가 어김없이 벌을 받고, 자기의 생각과 자신의 창조적 노력에 대해서 주위사람들이 옳게 인정을 해준다고 느꼈을 때, 신이 나는 것이다.
신이 난 한국인은 비록 가난할망정 천지의 이기를 헤아려 유현한 학문적 탐구에 열을 올리며, 의로운 세상의 실현을 위해서는 의연한 행동도 불사한다.
1980년과 80년대의 여명을 맞아 우리는 올해부터 추진하려는 나라안 정치발전과정과, 세계속의 새로운 문명시대의 기조가 한국 국민들로 하여금 이처럼 신이나게 하는 여건을 만드는데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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