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무기화 앞질러 봉쇄|카터의 이란산 원유금수령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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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카터」대통령이 「이란」으로부터 일체의 석유수입 중지를 명령한 것은 악화된 미국인들의 감정을 무마하기 위한 제1단계조처로서 아직도 「이란」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인질들의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노력이 엿보인다.
이 조치로 미국이 감수해야 할 경제적 파급효과는 적지않다.
작년까지만해도 미국은「이란」으로부터 하루 9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해 왔으나「팔레비」가 물러난 올해 초부터는 하루40만「배럴」정도를 수입하고있다.
이는 미국의 하루 국내수입량의 2·4%,미국의 외국산 석유수입량의 5%에 불과하지만 만일 미국내에 당장 하루40만「배럴」씩의 「공백」이 온다면 미국이 입을 타격은 결코 무시할수 없다.
더구나 「카터」행정부는 이미 지난 여름에 「가솔린」파동을 호되게 치르고난 경험이 있기때문에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석유부족사태를 맞는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인 것이다.
그러나「카터」행정부는 이미「이란」이 앞으로 어차피 미국에 대한 석유수출을 중지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있던참이라 앉아서 굴욕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선수를 쳐서 「이란」석유수입금지조치를 취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동시에 미국은 「이란」석유의 부족분을 다른 산유국으로부터 메울수 있다는 계산을 끝냈거나 최소한도 앞으로 우방들과의 외교협상으로 이충격파를 극복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것 같다.
따라서 이번 「카터」대통령의 결정은 오히려 커다란「정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질사건이 의외로 장기화되면서 미국이 받은 상처와 수모는 적지않다. 이제 설사 인질이 모두 석방된다해도 악화된 미국내의 『반「이란」감정』은 하루 이틀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카터」대통령이 이미 미국내에서 불법활동을 한 「이란」학생들의 추방령을 내린데 이어 「이란」석유수입을 금지시킨 것은 외교관계 단절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각오한 조치임이 분명하다.
「케네디」상원의원등 미국의 대통령후보들이 한결같이「카터」대통령의 「지도력 부족」을 공격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카터」대통령이 이번 「이란」사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카터」대통령이 설 땅은 없어지는 셈이된다.
그래서「카터」대통령은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도록 갖가지 외교적 노력을 집중하고 인질문제가 해결되고나서도 상처받은 미국인의 자존심을 회복시키는 조치를 취해야할 입장이다.
「이란」 「데모」대들이 『우리는 미국을 필요로 하지않는다. 미국이 「이란」을 필요로 하고있다』고 주장하는것은 현「호메이니」의 「이란」정부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카터」행정부는 설사 「이란」의 석유가 아쉽고 「이란」의 군사적 가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도전해오는「이란」사람들과는 손을 끊어도 좋다는 미국시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인것 같다.
「카터」는 「이란」석유수입을 금지시킴으로써 「이란」이 갖고있던 최대의『협상「카드」』를 사전에 무력화시켜버리는 동시에 미국인들에게 절약을 호소함으로써 「국민적인 기반」위에서 사태해결을 시도하고있다.【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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