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천 백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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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몇 곳의 예외는 있지만 수도는 그 나라에서 가강 큰 도시로, 대체로 그 나라의 중심부에 자리잡는 것이 예사다.
남북이 통일만 돤다면 서울은 지정학적으로도 알맞은 위치에 있어 좋다. 그러나 인구의 지나친 집중이 문제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만해도 서울은 세계에서 21번째로 큰 도시라고 배웠는데 요즘은 10째 안에 든다고 한다.
인구증가 문제는 나라마다 골치 아픈 문제 가운데 하나다. 인구증가란 말만으로는 실감이 나지 앉는다. 「인구폭발」이라고 해야 차라리 실감이 나리라.
「2천만 동포에게 고함」이 이제는 남한만으로도 3천만이 넘었고, 그 4분의 1이 서울에 집중되어 일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첫째로 교통문제를 비롯해서 교육·행정·문화·사회 그리고 안보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문제가 이로 부터 일어나고 있다.
작년에 4차선으로 넓힌 도로가 금년에 다시 좁아지고 몇 10만t을 증산하면 충분히 쓰고도 남아 돌아 갈 것이라던 수도물이 금년에 그래도 부족한 실정이다.
어느 친구의 우스개 소리처럼 추석에 백만명 이상이 시골로 빠져 나갔으니 돌아오는 길목을 막아 서울로 다시 못 들어오게 할 수도 없고 그러자니 대형화재, 대형교통사고, 대형폭발사고, 대형집단난입사건, 거기에다 대형집단편싸움까지 일어나고 있으니 아름다운 자연은 피폐하고 시들어가며 사람까지도 갖가지 공해에 시달리고 피로에 지쳐가고 있다. 이러한 공해에 시달리다 지친 나는 작년 3월 고향인 서울을 떠나 이곳 청주로 이사해 살고 있다.
그러면 청주란 곳은 어떤 곳인가. 인구 20만명의 충북도청소재지. 예부터 교육도시로 일러 왔으며 지금의 청주시민의 3분의 1이 학생들이다.
아침마다 넓은 시가지에 물결처럼 몰려 달리는 학생들의 등교하는 자전거대열을 보라. 얼마나 힘차고 싱싱한가를. 활 등처럼 굽은 무심천 방죽을 자전거로 호기 있게 달리노라면 청정한 아침공기가 폐부 가득히 벅차 오른다. 이제는 교욱도시만이 아니요, 청주는 「공해없는 교육도시」라야 할 것이다.
그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청주시가지를 관통하며 흐르는 무심천 큰 냇가에 지난 달부터 백로떼가 날아들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깨끗하고 조용한 도시한복판에 하얀 백로들이 유유히 깃을 들이는 광경을 상상해 보라. 그것은 살아있는 한 폭의 동양학 그대로다.
전국적인 자연보호 운동을 본격걱으로 벌인지 만 1년만에 청결한 곳을 찾아 다니던 백로떼들 눈에 이 곳 청주의 무심삼변이 가장 깨끗한 곳으로 비쳤단 말인가.

<현 청주사대교수·문박·단어학·저서「중매우·변애우」「후한단어학논고」「한자차용표비체계연구」「한국학산고」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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