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평양-북경항로 교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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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동경-평양-심양, 또는 북경으로 가는 새로운 일-중공항로를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이민용 외무부차관의 발언은 일본의 새로운 대북괴접근움직임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차관은 여당권 외교-국방위간담회에서 이런 사실을 보고하고 아울러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막기 위해 중공행 일기의 한국영공통과허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일본측이 비행시간과 경비절약을 위해 현재 한반도를 우회하여 동경→「가고시마」→상해→북경으로 가는 일-중공항로를 동경→한반도→북경으로 직항할 수 있도록 한국영공통과를 요청해온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인데 일본측이 이와는 별도로 대북괴노선을 새로 개설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면 심상찮은 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일본측의 움직임이 일-북괴간에 정식 항공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전제로 한 항로개설에 진의가 있는 것이라면 이는 한일기본조약에 정면으로 위배될 뿐 아니라 한일우호관계에 메우기 힘든 손상을 가져올 것이다. 또 이는 일·북괴간 최초의 정부간 협정이 되리라는 점에서 단순한 민항의 득실문제 차원이 아니라 일본정책의 대 한반도정책 자체의 전면수정을 뜻하는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나 최근 일본정국이나 국제정세로 보아 일본이 이처럼 급격하게 한반도정책을 수정할 여건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북괴 항로개설 움직임은 아직은 단순한 「설」이거나 「루머」단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또는 한국영공통과를 허용 받기 위한 「제스처」나 흥정용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없지 않다.
외무부당국자 역시 이 설에 관해 『아직은 정보입수단계』라고 밝히고 일본 쪽에 진의를 타진한 결과 『사실무근』이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봐도 이 설이 구체적 근거를 갖고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일본측은 중공행 일기의 한국영공통과보장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인 듯 하다.
「가고시마」와 상해로 돌아 북경에 이르는 항로에 비해 한반도 상공으로 직항할 경우 비행시간이 40∼90분간 단축된다는 점에서 일본측은 오래전부터 한국 측에 영공통과허용을 요청한바 있었으나 이제껏 우리 정부는 수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국영공통과문제는 미국 측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중공행 미 항공기는 우리나라항공정보구역(FlR)을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오끼나와」FIR로 우회하여 북경에 가는 이른바 「닉슨·라인」으로 운항할 수밖에 없는데 한국FIR를 통과할 경우 2시간이 단축되고 대형기의 경우 편당 4만「달러」의 연료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4월이면 미·중공 정기항로개설을 내다보는 미국으로서도 한국영공통과를 환영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그러나 영공통과문제에 있어서도 검토돼야 할 문제점은 많다.
우선 일기의 영공통과 때 항공기의 위치 등을 중공에 통보해주고 중공 역시 한국FIR를 통과할 항공기의 이륙·통과시간 등을 우리에게 통보해 주는 한·중공간 교신협력이 있어야 영공통과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중공당국의 교신협력승인, 또는 양해가 전제돼야 한다. 만일 중공이 교신협력을 수락할 경우 이는 우리에 대한 일종의 외교적「시그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일·중공기의 영공통과에 따른 공중정찰방지 등 안보상문제에 관해서도 세밀한 사전검토가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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