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건 범인들의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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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원히 미궁에 묻힐 뻔했던 골동품상 금당주인 정해석씨 부부 살해범이 범행 1백일만에 검거되었다. 경찰의 끈질기고 집요한 추적이 마침내 개가룰 올린 것으로 우선 그 노고에 치하룰 보낸다.
초동수사단계에서의 돌이킬 수 없는「미스」로 그동안 3천5백여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경찰에 끌려가 곤욕을 치렀고 연인원 4만명에 달하는 수사력이 이 사건에 매달려 다른 범죄수사에 여력이 미치지 못한점등을 생각하면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운전기사까지를 포함한 3명의 목숨을 파리 잡듯 살해한 그들의 범행은 범죄사상 그 잔인함에 있어 유례룰 찾기 어렵다. 이번 사건이 영구미제에 빠지기 일보직전에서 해결된 것에 국민 누구나가 안도의 숨을 몰아 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범인 박철웅은 이같은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게된 범행동기가 사업자금을 마련키 위한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는바 그래서 실제로 손에 넣은 돈이 현금 5백만원이었다니 이 하찮은 돈때문에 세명의 목숨을 빼앗은 그 천인공노할 범행의 잔인성에는 분노보다는 차라리 연민의 정마저 느끼게 한다.
더우기 범인이 대학을 중퇴했거나 졸업한 지식청년들임을 생각할때 아무리 배금주의가 팽배한 작금의 우리사회라고는 하지만 그 반도덕적인 범행의 배리를 정당화시킬 구실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12개 전담반에 1백38명의 형사가 이 사건을 맡았으면서도 기관원사칭 전과자가 용의선상에 올렸고, 차량유기장소에서 불과 1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기관원사칭 전과자인 범인 박이 살고 있었지만 이를 빠뜨림으로써 이번 사건수사에 있어 돌이킬수 없는 큰「미스」를 저질렀던 것을 뼈아프게 반생해야 할것이다.
돌이켜 생각할때 초동수사에 실패, 발견된 차량에서 아무런 단서를 얻지 못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렸던 용의자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자 수사는 방향을 잃고 탐문 수사만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자체가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수사가 장기화되면서부터는 또 일선수사관들의 공명심다툼으로 수사의 공조체계를 갖추지 못했던 것 또한 앞으로의 경찰수사를 위해 큰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이와함께 우리경찰의 수사력은 불법적인 뒷거래에 대해 무력하다는 것이 증명된 점을 착과할 수 없다. 금당사건만해도 골동품계의 불법거래나 부조리에 대한 내막을 아는 수사요원이 없어 초동수사에서 그 내막을 캐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한 것에 대해 깊은 자기 반성이 없어서 되겠는가.
거듭 강조하거니와 치안은 상사의 명령이나 엄포만으로 확보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날로 발달해 가는 범인들의 범죄지능을 능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수사방법의 보편화를 위해 장비·인원에 대한 보다 많은 투자와 함께 분야별전문요원 양성에도 한층 박차를 가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강력미제사건이 누적될수록 범인들의 심리상태는 일종의 자신과 오만에 사로잡혀 보다 큼직한 범행을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가능성이 많아 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 아닌가. 이번 금당사건의 해결에 자만하는 일은 결코 없겠지만 이를 계기로 수사경찰은 한층 분발, 구노동암「달러」상 피살사건·부산토막살인사건등 굵직한 강력사건은 물론 서울에서만 1백35건에 달한다는 대소미제사건도 속시원히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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