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템즈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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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템즈」강에 백조가 날아온 것이 세계적인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불과 2, 3녀전의 일이다.
물오리·검둥오리·바다오리·두루미·황새·민물도요·흰뺨오리·마도요·목도리도요…. 무슨
동화속에나 나오는 새들이 밀림의 강도 아닌「런던」도심의「이너·템즈」강을 유유히 날아 다닌
것이다.
불과 10여년전만 해도 이 강에는 72마리의 물오리와 2백50마리의 검둥오리밖엔 발견되지 않았
었다. 하지만 지금은 1천마리이상의 각종 오리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민물도요는 7천마리나 헤아
릴 수 있었다고 한다.
1977년 여름 어느날 아침, 이 「템즈」강에선 다시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트롤」그물을 쳤
던 한 기선이 멋지고 싱싱한 영어·농어·장어·가자미를 한그물이나 잡아 올렸다. 「런던」탑
바로 옆자리에서 였다.
5년전부터는 연어도 눈에 띄었다. 더러운 물에선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물고기가 연어다.
지난해엔 7kg짜리 대구도 잡혔었다. 지금까지 확인된 물고기들은 무려 96종에 달한다.
어느새 강안엔 녹색 수초들이 자라고 해조류들도 부쩍 늘어났다. TWA(템즈강수질관리국)의 수
중산소측정기에 따르면 산소함량은 65%. 그 까다로운 연어도 산소함량이 30∼50%만 되면 만족한
다.
「템즈」강의 이와같은 자연회복을 두고 생물학자들은「20세기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바로 60년대초만해도 이 강에선 계란이 썩는 냄새가 물큰했었다. 1세기적인 1878년 한유람선이
침몰했을때는 6백40명의 사람들이 익사하기보다는 썩은 강물의 독성 때문에 죽었었다.
그러나「템즈」강의 기적은 저절로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시 당국의 노력은 물론이고 시민들
의 참여로 이루어진 것이다. 우선 1억「파운드」(약80억원)의 하수처리시설이 정비되고, 강변의
무수한 공장들도 수억「파운드」의 비용을 들여 정수시설을 했다.
북쪽 제방의「벡턴」엔 2천5백만「파운드」(약2백45억원)의 경비를 들인 하수정화장도 있다.
「템즈」강이 더렵혀지기 시작한 것은 벌써 1백년도 넘는때부터였다. 「런던」시민들이 수세식변
소를 사용하자 강은 걷잡을수 없이 썩어갔다. 1850년대에 이르러「템즈」강은 이미「죽음의강」
으로 변모했다.
오늘그강의 소생은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투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
어주고 있다.
엊그제 서울 제2한강교근방의 당인리발전소에서 검은 기름이 쏟아져나와 4km의 한강수면을 덮
은 일은 참 어이없다. 「죽은강」에 매질까지 한 셈이다. 「템즈」강의 얘기는 우리 귀엔 무슨 신
화같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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