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있기에…" 자신감 넘친 동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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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동양이 TG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초반 2연패에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고도 여전히 '전력상 우세'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마르커스 힉스 때문이다. "발목이 아프다"고 늘 울상을 짓지만 세 경기에서 경기당 23.3득점.10리바운드를 올리며 제몫을 해왔다.

힉스의 얼굴만 보면 부상이 너무 심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다. 하지만 동양의 매니저 박영진씨는 "잘 아시잖아요. 그 친구 엄살 엄청 심한 거. 괜찮습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힉스의 부상 부위는 왼쪽 바깥쪽 복사뼈 아래에 있는 작은 근육군(群)이다. 비슷한 부상을 경험한 선수에게 물으면 앞뒤로 달리거나 점프할 때는 심하게 아프지 않지만 피벗(한쪽발을 축으로 삼고 순간적으로 돌아서는 동작)할 때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따른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이 피벗이다.

TG에서 힉스를 막는 선수는 김주성이다. 상황에 따라 리온 데릭스.정경호가 막기도 하지만 김주성이 가장 잘 막는다. 김주성의 힘과 투지, 탄력을 이용한 블록슛이 힉스에게 부담을 준다. 힉스는 움직임에 가속을 붙여 대시할 때가 아니면 대개 피벗으로 공격을 시작한다. 피벗이 불편하면 공격도 불편할 것이다. 힉스는 정규 리그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경기당 37.7분이나 기용됐고 언제나 집중수비를 받았다. 심해져 가는 그의 불평은 '한계'에 접근했다는 '빨간불'일지 모른다.

플레이오프에서만 10경기를 뛴 김주성도 쌓여가는 피로를 이겨내야 한다. 요령보다 힘과 탄력에 의존하는 김주성의 '방패'는 갈수록 얇아질 수밖에 없다.

요즘 TV 해설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예상이 틀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동양 절대 우세'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이다. 하지만 틀렸다기보다는 TG의 분전이 대단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새로운 '점괘'는 '힉스 결정론'이다. 힉스의 활약 여부에 타이틀의 향방이 갈릴 것이란 예상이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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