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Commentary] 대통령 리더십으로 본 한국 경제 70년의 궤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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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0호 21면

지난 반세기 남짓한 동안 한국 경제가 이룩한 눈부신 업적은 세계 경제 발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경제개발 성공사례로 꼽힌다. 하기야 오늘날의 서구 선진국들이 적어도 100~150여 년에 걸쳐 이룩한 정도의 경제발전을 한국 경제는 불과 50여 년 만에 이룩해냈으니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에 관한 수많은 책과 논문들이 국내외에서 발표돼 왔다. 이들 책과 논문은 크게 네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이야기 1, 2』

첫째는 주로 경제학계의 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발전상을 이론과 실증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는 것들이다.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내 20여 개 주요 연구기관이 함께 펴낸 총 5권의 『한국경제 60년사』(한국경제편찬위원회, 2010)가 그 대표적 사례며, 이를 통해 그동안 국내외 학계에서 발표된 많은 주요 참고문헌들을 접할 수 있다.

두 번째 카테고리에는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경제백서』를 비롯한 정부의 경제 관련 정책과 그 성과에 관한 각종 발간물이 포함된다.

그리고 정부의 각종 정책을 직접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 참여했던 전직 정부 관료들이 자기들의 경험을 토대로 엮어낸 회고록과 인터뷰 등을 실은 각종 논문과 책들이 세 번째 카테고리에 속한다. 『경제안정을 넘어서』(강경식, 1987)와 『코리언 미러클:육성으로 듣는 경제기적 I, II』(경제기적편찬위원회, 2013, 2014)가 대표적 사례다.

이장규 서강대 대외 부총장

네 번째로 한국 경제 발전상을 정부 밖에서 관찰하고 평가하며, 주요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을 취재하고 보도해 온 언론인들의 시각에서 정리한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이장규, 2008)와 같은 책과 논문들을 들 수 있다.

첫 번째 부류의 책과 논문은 주로 신고전학파의 미시경제적 이론이나 케인스적 거시경제 이론을 기초로 한 논의와 실증적 분석으로 가격변수나 각종 정책변수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기업가와 경영인 그리고 정책담당자와 집행을 책임지는 관료는 논의의 주 대상이 아니다.

또한 두 번째 카테고리의 『경제백서』 등의 정부 간행물에도 주요 정책에 관한 일반적 논의는 있으나 그 정책의 수립과 집행 과정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없는 것이 보통이다. 다시 말해 이들 두 부류에 속한 책과 논문에는 기업과 시장, 정부와 정책에 관한 논의는 있어도 정부와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에 관한 논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마지막 두 카테고리의 책과 논문은 정부가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했던 주요 정책과 추진 배경, 그리고 성과를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책담당자들 중심으로 기술한 것이다. 경제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들에겐 이러한 책과 논문이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첫 번째 두 카테고리에 속한 책과 논문들은 그 성격상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고 이해하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한마디로 읽기에 좀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그래서 일반인들 사이에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 발전에 관한 책과 논문들이 더욱 자주 회자되는 것이다.

최근에 살림지식총서 시리즈로 전직 언론인이 펴낸 비교적 작은 두 책자인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이야기 1, 2』(이장규, 2014)는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래 이명박 정부에 이르는 동안 한국 경제가 성장·발전해 온 궤적을 각 대통령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잠시 예외 기간은 있었지만 줄곧 강력한 대통령책임제를 해왔다. 따라서 대통령의 리더십은 과거 정부 주도적 산업화·안정화 시대에는 두말 할 것도 없으려니와 앞으로도 우리 경제의 명운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정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했던 역대 대통령들의 주요 정책의 추진배경과 목적, 그리고 그 성과들을 쉽고 설득력 있는 필력으로 설명한다. 일반 독자들도 “아, 그게 그랬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게 한다. 이와 함께 역대 대통령들의 역할과 리더십을 균형감 있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도 독자들의 인상에 남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저자는 대통령의 리더십 발휘는 정부라는 조직과 조직을 움직이는 각료·관료를 통해 발휘된다는 측면에서 역대 대통령의 용인술과 조직 관리에 관한 특징도 소상히 설명하고 있어 더욱 흥미롭다. 정부 수립 이래 지난 70여 년간 펼쳐진 한국 경제 발전의 대장정을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에 초점을 맞추어 펴낸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이 한국 경제 발전사를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제 전문가와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게도 유용한 참고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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