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로 튄 이라크 내전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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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세계 경제에 ‘이라크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반군세력과 정부군 간 내전 위기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WTI) 선물가격은 이틀 연속 오르며 10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론 지난해 9월 1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109.51달러까지 오르며 110달러 선을 위협했다. ‘안전자산’인 금 선물 값은 뉴욕시장에서 온스당 1247.1달러를 기록했다. 한 주간 1.4% 상승했다.

 유가가 오르는 건 이라크 수니파 반군세력(ISIL)이 모술·티그리트 등 북부 주요 도시들을 장악, 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중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제2위 산유국이다. 게다가 최근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면서 국제시장에서 비중도 커진 상태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오펜하이머는 내전으로 이라크의 원유 수출이 중단될 경우 유가가 현재보다 10~15달러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장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미쳤다. 증시에서 21일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던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면서 13일 코스피 지수는 1990선으로 후퇴했다.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이 줄면서 원화 강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자칫 사태가 악화할 경우 유가를 고리로 실물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연초 우크라이나 사태가 금융시장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이라크 리스크’는 유가와 해외 건설 수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금융과 실물 양면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원유 수입액 중 이라크산의 비율은 올 1~4월 기준으로 7.9%다. 해외 건설 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들어 24.7%까지 급등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윤상직 장관 주재로 관계 기관과 긴급 회의를 열고 이라크 정정 불안이 현지 진출 기업과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라크에는 현재 100여 개 기업 1400여 명의 인력이 진출해 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가 7곳의 가스전과 유전을 개발 중이며 16개 기업이 대규모 플랜트 건설 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업부는 “주요 유전과 수출항은 안전한 남부 지역에 집중돼 있어 현재까지 원유수급에는 문제가 없으며 현지 진출 기업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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