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새마을 지도자들과 환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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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 대통령=물가는 연말까지 얼마나 올라갈 것으로 보나요. 현재의 물가 추세는 어때요.
▲서석준 기획원 차관=연말 소비자 물가 상승을 작년 말 대비 16∼17%로 보고 있으며 지난 5일 현재는 도매 물가가 보합세입니다.
▲박 대통령=금년 들어 일본이 3.7%, 「프랑스」 9.2%의 물가 상승이라는데 우리의 물가 등귀는 농산물 값이 주요 원인이라지요. 고추는 수입해 들여와도 왜 오르지요?
▲장덕진 농수산 장관=오는 20일까지 서울의 김장용 고추 1천만 근을 확보하고 중소 도시에 공급할 고추 5백만 근도 수입 완료하여 공급하면 고추 값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박 대통령=선창마을은 전국 농어촌에서 가장 높은 호당 소득 1천1백53만원을 올렸다는데 주 소득원이 무엇입니까.
▲김종우 지도자(고흥군 선창마을)=수산업이고, 섬이라 고추·마늘 등은 다소 하지만 식량은 이웃 지방에서 전량 구입해 먹습니다.
▲박 대통령=곽형임 여사(선창마을 부녀 지도자)는 연간 5천4백만원의 소득을 올린다면서요? 배를 몇 척 가지고 있나요.
▲곽 여사=배가 3척 있고 식구는 아홉입니다.
▲김치열 내무장관=곽 여사 집은 1인당 1만「달러」 이상의 소득으로 전 농어촌을 통틀어 제일 높은 소득입니다.
▲박 대통령=「노풍」벼 피해는 없나요.(이종호 고흥 군수에게)
▲이 군수=약간 있었지만 평년작 수준은 됩니다.
▲박 대통령=소득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 우리나라에 왔던 「브라운」미 국방장관이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한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대단히 좋은 일 일뿐 아니라 한국은 소득 분배도 고루 잘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하더군요. 물론 「브라운」장관이 하루 이틀 동안 한국에 머물러 있어 가지고 그렇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아마 주한 미 대사관 사람들로부터도 들었을 것이고 또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읽는 등 예비 지식을 가지고도 있었을 것입니다.
「브라운」장관은 또 개발도상국가들이 경제 개발을 서두르고 또 성과를 거둔 나라들도 있지만 분배가 잘못되어 오히려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모범적인 나라라고 말했어요.
「브라운」장관은 지난 7일 한미 연합군 사령부 창설식이 끝난 뒤 「코피」를 같이 들면서도 다시 나에게 흔히 인권 인권하지만 진정한 인권은 경제 성장으로 국민 생활을 향상시키고 복지를 증진시켜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해 오히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묻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잠자코 듣고 있으니까 그런 일부 미국 사람들이 인권의 정의에 대해서 보다 올바른 인식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더군.
그런데 국회만 열리면 일부 야당의원이나 일부 인사들은 소위 부익부 빈익빈이라면서 마치 정부가 재벌을 두둔만 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정부 여당은 이에 대해 당당히 정책적 답변과 이론적인 반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기틀과도 관계되는 문제인데,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에 재벌들이 기여한 바도 인정해 줘야 하며 기업을 키워서 수출하고, 세금 내고, 방위세도 내고 하는 것이 다 무엇이겠읍니까.
정부는 재벌들로부터 세금을 거둬서 어려운 사람, 그늘진 곳에 혜택이 미치도록 시책을 강구하는 것이지요.
물론 일부 지각없는 재벌이 아직도 풍족하지 못한 이웃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고 사치와 빈축을 사는 행동을 하는 일이 있으나 그렇다고 재벌 전체를 죄악시하는 풍조는 온당치 못한 것입니다.
다같이 노력한 선창마을에도 여건과 방법에 따라서는 최고 5천4백만원의 소득과 최저 1백80만원의 소득이 있듯이 자본주의 사회란 각자가 창의를 발휘하고 노력하는 여하에 따라서는 자연 차이가 나게 마련입니다. 또한 국회의원들과 그 운전기사들의 세비와 봉급이 다른 것처럼 그 임무나 책임에 따라서 처우에 높고 낮음이 있는 것입니다.
똑같이 나눠 먹는다고 선전하는 공산주의 사회에서 오히려 더 뚜렷한 계급차가 형성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잘못된 주장 때문에 재벌은 나쁜 것이고 따라서 재벌을 미는 정부는 나쁜 정부라는 식으로 사고방식이 과도 될 우려가 있는 것입니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것은 천리입니다.
곽형임 여사가 1년에 5천4백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도 헐벗고 가난한 섬마을에서 땀 흘려 열심히 일한 노력의 성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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