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력의 사회적 기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현금의 우리 실정은 미 지상군 철수 문제, 그리고 예정된 선거 등과 관련해 그 어느 때보다도 국가안보에 관한 경각심이 고조된 상황이다.
적화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북괴로서는 새로운 정세 변화에 편승하여 갖가지 도발과 침략 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박 대통령이 전국 치안 및 예비군 관계관 회의에 참석, 예상되는 내외 도전을 경고하면서 빈틈없는 경계 태세의 유지를 위해『내 고장·내 직장·내 조국을 지키는 일에 만전의 대비를 다하자』고 강조한 것은 참으로 시의에 맞는 발언이다.
박 대통령이 지적했듯이 아직도 취약점이 적지 않은 우리의 방위 태세를 보완하는데는 무엇보다도 자위력을 증강시키는 것이 기본요소다.
그러나 북괴의 도발을 이겨낼 자위력 배양을 위해서는 군사력의 증강만으로는 충분할 수 없다. 현대전은 총력전이라고 불린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서 자주적 역량의 집결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사회 전반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여야간의 대학의 정치, 활기찬 경제, 건실한 사회 기풍 등은 모두 안정의 바탕이며 국민적 일체감은 안정 속에서만 우러날 수 있다.
따라서 안정의 회복이야말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절실한 문제라 하겠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집단·계층간에 서로 상반되는 이해에 따른 갈등·긴장 상태가 지속되거나 어느 한구석에서라도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싹틀 때 사회의 안정은 기저로부터 흔들리게 마련이다.
이런 견지에서 우리 사회는 극복해야할 잠재적 불안 요소가 아직도 많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중에서도 물질문화와 정신문화의 부조화가 빚는 사회적 갈등,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소득의 격차, 성공과 실패에서 오는 득과 실의 엄청난 차이 등은 사회적 안정을 해칠 가능성이 가장 큰 요인들이다.
이 같은 불안 요인의 제거를 위해서는 파괴된 사회적 균형을 원상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사회자체의「메커니즘」이 확립되지 않으면 안된다.
예컨대 사회일부 가정에서 아동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 우범 소년이 발생했을 때 사회복지기관이 그런 가정을 돕고 우범소년을 선도해줌으로써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사회의 평형은 유지될 수 있다.
사회안정을 해치는 각종 범죄도 모두가 복원력을 갖추지 못한 어지러운 사회의 산물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범죄가 사회를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어가고 있음을 인식해야할 것이다.
이처럼 균형회복의 능력이 결여된 사회에서는 사람들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 충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마침내는 모래알처럼 갈라지게 마련이다.,
횡재를 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부동산투기 심리 등도 이런 세태에서 파생되는 단편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끼리의 애정이나 통일적인 공동의식은 메말라가고 따라서 내 고장·내 직장에 대한 연대감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 전반의 균형과 조화문제는 사회 안정을 위해서는 물론 북괴의 도발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도 반드시 이룩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