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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공구역서 중국 첫 군사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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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국이 20일 이어도 남쪽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도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이 이어도를 포함해 KADIZ를 확대 선포한 이후 첫 군사훈련이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이날 “중국이 러시아와 26일까지 창장(長江) 하구 동쪽 해상에서 군사연습(‘해상협력-2014’)을 한다”며 “연습 구역은 KADIZ 및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과 일부 중첩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선포한 항행금지구역은 KADIZ 남단에서 북쪽으로 최대 230㎞, KADIZ 서쪽 끝에서 동쪽으로 최대 172㎞를 넘어왔다. 이 일대는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은 물론 JADIZ와도 겹쳐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구역이다. 이어도는 훈련구역에서 47㎞,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370㎞ 떨어져 있다. 중·러는 이날 수상함 14척, 잠수함 2척, 항공기 9대, 헬기 6대를 동원해 실탄사격 등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날 중·러의 군용기나 함대가 실제로 KADIZ를 넘어왔는지, 또 어떤 훈련을 벌였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군 정찰전력과 해군 함정을 현장에 파견하는 한편 제주도 지역에 있는 감시레이더로 훈련구역을 감시하고 있다”면서도 “정찰 전력 수준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중·러의 훈련 내용이나 KADIZ 진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은 중·러 군용기가 향후 사전 통보 없이 KADIZ를 넘어오면 KF-16과 F-15K 전투기를 출격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주한 중국무관을 불러 이번 훈련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지나친 대응으로 양국 분위기를 과열시키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군 관계자는 “핫라인을 활용해 사전통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훈련이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 대응을 떠보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중국의 훈련은 한국이 아닌 미·일을 노린 행보인 만큼 한·중 양국 간 갈등을 고조시켜 얻는 실익이 없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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