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서 박동선씨 송환 요청해 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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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박동진 외무장관은 8일 하오 『미국 정부가 박동선씨를 미국에 가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고 말하고 설득을 할만큼 했으나 본인이 안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정부 관계장관의 대책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그러나 『그가 한국에 왔다고 해서 체포해서 보낼 수는 없으며 박씨가 미국에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는 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박동선씨 사건은 박씨 개인의 문제이며 박씨가 미 의원들과 접촉한 것은 자기의 사업을 직접 간접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교제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박씨가 한국민이므로 자국인 불인도 원칙을 보더라도 그를 강제로 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답 요지.
문=그 동안 한국 정부는 어느 정도 미국에 협조했는가.
답=미국측의 협조 요청을 다 들어주지는 않았지만 내용적으로 사실상 협조해 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국내법과 국제 관계의 테두리 안에서 협조하는 수밖에 없다.
협조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냐. 예컨대 박씨는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인데 그가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해서 체포해서 보낼 수야 없지 않느냐.
전통적 한미 우호에 비추어 원칙적으로는 협조할 용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박씨가 미국에 가느냐 안 가느냐는 것은 그의 자유의사에 달려 있다.
주미 한국 대사가 김상근 사건에 김을 만나려고 미국무성에 갔더니 김이 응하지 않는다 하여 강제로 만나게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인권 존중은 호혜적이어야 하며 박씨에게도 같은 이치가 적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협조 내용은 밝히지 않겠다.
문=수사 협조와 관련, 미 정부 고위층이 우리의 고위층에 친서를 전달한 사실이 있는가.
답=처음 듣는 이야기다. 지금까지의 협조는 외교 「채널」을 통한 통상적인 것이었다.
문=미국측이 박씨를 보내 달라고 했는가.
답=박씨가 미국에 가게끔 설득해 달라고 하더라. 설득은 할만큼 했다.
문=박씨를 최근 만난 일이 있는가.
답=내 평생 서너번 만났다. 주 「제네바」대사, 주 「유엔」대사 때 만났으며 최근에 만났는지의 여부는 이야기하지 않겠다.
문=수사에 언제부터 협조했는가.
답=작년이래 했다. 이는 미 정부가 잘 아는 만큼 우리에게 협조하지 않았다고 해서 야속하다는 말은 못할 것이다.
문=우리 정부가 김상근 전 주미 대사관 참사관을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일은 없는가.
답=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잘 모르겠다.
수사상 필요하면 할 수도 있다.
문=박씨를 미국으로 가도록 설득해 보았는가.
답=설득을 했다. 본인이 안 가겠다고 하더라. 그러니 어쩔 수 있겠느냐.
문=미의회 내에서 한국 정부가 박씨를 설득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한 미군 철수 보완책과 관련해 압력을 넣자는 여론이 있다는데….
답=그런 이야기를 듣고 있다. 미 하원의 「브루스·카프트」 의원은 성명을 내고 동료 의원들에게 대한 원조를 삭감하자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문=미국측이 수사 협조를 요청하면서 내건 명분은 무엇이냐.
답=미국의 의원 상당수가 박씨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의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것이었다.
문=박씨의 기소장을 본 일이 있느냐.
답=일본에서 「매스컴」을 통해 알았다. 나의 사견이지만 미정부가 박씨를 기소함으로써 박씨를 더욱 못 가게 한 게 아니냐. 박씨의 변호사 「흔들리」씨는 박씨에게 『기소됐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더라. 또 그는 박씨에게 기자 회견도 하지 말라고 한 것으로 안다.
문=앞으로 어떻게 미국에 협조할 것인가.
답=협조할 수 있는 게 있고 못할 것이 있다. 박씨를 체포해 보내 달라는 요구는 응할 수 없다.
박씨가 우리 국내법을 위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문=미 의회나 「매스컴」에서나 정부 일각에서는 마치 한국 정부가 박씨의 혐의 사실을 은폐하고 있는 듯이 몰고 가고 있지 않은가.
답=우리 정부가 박씨 개인의 일을 은폐할 이유는 없다. 왜 박씨 개인의 일을 한국 정부와 관련짓는가.
박씨가 미국으로 가면 우리 정부 입장이 곤란해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난센스」다.
문=박씨 기소 가능성을 예측했었는가.
답=예측했었다. 기소한다고 해서 다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 중에는 무죄가 나기도 한다.
문=박씨의 기소 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답=나도 모른다. 박씨의 혐의 내용이 모두 유죄라면 징역 2백년이 된다는데 천당 가서도 지옥으로 또 갈 것이다.(웃음)
문=미국 정부의 특별 조사관이 방한할 가능성은 없는가.
답=그런 생각 해본 적이 없다. 그런 요청도 받지 않았다.
문=박씨를 보내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어떤 대응책을 취할 것인지 아는가.
답=모르겠다. 박씨의 상용 여권은 78년까지 유효하므로 박씨가 나가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한국을 떠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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