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가도 미로…중동 협상|문답으로 풀어본 평화 정책의 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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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의 새로운 제의로 중동 평화 협상은 약간의 진전을 보이고 있다.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PLO)를 협상의 대표로 인정하겠다는 미국의 정책 변화는 PLO를 비롯한 「이집트」 등 온건「아랍」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이스라엘」의 태도에 따라 평화 회담의 재개 여부가 결정할 단계에 이르렀다. 평화 회담에 이르기까지의 문제가 무엇인지 문답 형식을 통해 풀어본다.
▲중동 평화 협상은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가?
1973년 제4차 중동전이 있기까지 평화 협상은 거의 아무런 진전도 없었다. 이때까지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간에는 전쟁 이외에는 아무런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으나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이집트」,「이집트」-「시리아」간에 전쟁 지역의 부분적인 철수 협정이 이루어졌다. 이는 지금까지의 중동 협상 중 가장 두드러진 진전이었다.
이때부터 반미적이었던 일부 「아랍」 국가들은 미국을 이용,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여 목표를 달성하키로 정책을 바꾸었다. 이를 계기로 온건파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 전면 부정에서 생존권을 인정한다는 선까지 후퇴, 현상의 숨통을 열어놓아 「팔레스타인」 대표권 문제, 67년 전쟁 때의 「이스라엘」 점령 지역 「시나이」 반도, 「요르단」 강 서안, 「가자」 지구) 철수로 압축되었다.
현재 「밴스」 미 국무장관이 중점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 대표권 문제로 어떻게든 당사국들의 중동 평화 협상 자리를 마련, 대좌시키자는데 있다. 그러나 설사 이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단순한 절차 문제에서 합의를 본 것 일뿐「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점령지 철수 등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의 평화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PLO의 지금까지의 태도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모든 「아랍」국가로부터 「팔레스타인」 난민의 유일한 대표 기관이며 국가로서 인정받고 있는 PLO는 그 애초에 『유대인」국가로서의 「이스라엘」 해체』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당초의 입장은 현「이스라엘」 영토 전역에 걸친 「아랍」인, 「유대」인을 망라한 국가 건설에 있었으나 지난해 「레바논」 내란에서 군사적인 패배를 맛본 후 「아랍」 온건파 국가들의 압력으로 「이스라엘」이 67년 전쟁으로 점령한 「요르단」과 「이스라엘」 사이의 「요르단」 강 서안 지구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받아들일 의사를 비치고 있다. 「이스라엘」 말살 정책에서 대표권만 인정한다면 공존할 수도 있다는 태도로 전환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평화당은? 「팔레스타인」 해방 기구를 「테러」 단체로 규정, 협상 대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종교적으로 「유대」 인의 요지이고 군사적으로도 전략적 요충지이므로 철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팔레스타인」국가의 건설은 「이스라엘」의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므로 67년 전쟁의 점령지에 현지 주민에 의한 자치 정부 수립을 허용하되 군사적으로 관할하겠다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평화 회담의 「팔레스타인」 대표권 문제에 있어서도 PLO의 요원이 아닌 난민 대표가「요르단」 정부 대표의 일원으로 참가할 경우에만 응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길의 2백42호란?
67년 「아랍」-「이스라엘」의 「6일 전쟁」 이후 「유엔」안보리는 중동 분쟁 해결을 위한 일반적인 원칙들을 설정했다. 역내 국가들의 영토 보전 및 생존권의 보장과 점령 영토로부터의 철수, 난민들의 정착 문제가 그 줄거리였다.
이 원칙들은 지금까지 중동 문제 해결의 원칙으로 늘 거론되고 있으나 그 어구의 모호함 때문에 각기 다르게 해석, 또 하나의 분쟁 거리를 제기했다. 특히 PLO는 이 결의안에 「팔레스타인」 난민의 대표권·생존권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수락을 거부해 왔다.
이를 테면 『난민』이라는 표현은 「아랍」 측에서는 「팔레스타인」난민이라고 주장하고있으나 「이스라엘」측은 전쟁 피해를 입은 「유대」인 난민도 포함된다고 주장,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PLO측은 그 대표권을 명문화, 혼선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2백42호 결의안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동 문제 해결을 위한 미-소의 정책은?
이 지역에 대한 전략적·경제적 중요성 때문에 두 나라 모두 자기 영향력 아래 두고 상대방 세력의 진출을 배제하려 하고 있다. 미국은 가능한 한 소련을 배제하기 위해 중재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단계적으로 해결하려는데 비해 소련은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공동 의장으로서의 발언권을 가진 「제네바」 회의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지라는 기본 정책에는 변함이 없으나 「아랍」측에 대하여 이전보다 더 많은 배려를 하며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 온건파 「아랍」 국가들의 협력을 얻어 해결하려한다. 과거의 예로 보면 「밴스」의 이번 노력이 실패하면 「아랍」 강경파가 다시 득세 중동 위기를 재연시킬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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