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 일로의 수도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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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수도서울의 물 사정이 나날이 악화되어 가고 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수도물이 턱없이 모자라 여름철은 말할 것도 없고, 비 성수기인 겨울에마저도 식수난을 빚기 일쑤인데다 그나마 수질이 몹시 오염돼버렸기 때문이다.
인천시가 20일 조사 발표한 영등포구 가양 동 취수장의 수질검사 결과에 따르면 놀랍게도 사람이 마시기 어려울 정도의 오염도가 검출되었다 하니, 비록 새삼스런 일은 아니나 다시 한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대장균은 기준치의 32배 내지 48배나 되고, 탁도는 기준치의 45배나 되며 또 BOD(생물 화학적 산소요구량)의 경우 32PPM으로 기준치 4PPM의 8배, 염분함유량도 30PPM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화를 위한 소독약(염소)도 보통보다 10배나 더 소요될 뿐 아니라 함유된 염분은 현재의 화학약품으로는 제거가 불가능해 어차피 취수장을 옮기지 않으면 안될 형편이라니 어처구니없다.
그러나 설사 취수장을 옮긴다 하더라도 같은 수원인데 어딘들 크게 다를 것인가.
서울 화곡동·공항동·인천·부천 등 1백만 명이나 되는 주민이 이렇게 더러운 물을 날마다 마시고 있다는 것은 국민보건위생상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서울의 수도물이 깨끗하지 않아 식수로선 적당치 않다는 일부 지역이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벌써 꽤 오래된 일이다.
외인「아파트」와 외국인 기관 등에선 자체 시설로 한 차례 더 여과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와 또 일부사람들이 수도물 먹길 꺼려 강원도 약수를 길어다 식수로 한다는 항간의 소문 등이 곧 서울의 물 오염이 어느 만큼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말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 같은 예를 들것도 없이 수도전에선 때때로 흙탕물이 섞여 나오기도 하고, 찌꺼기 같은 이물이 나오기도 하며 심지어 노후한 배·급수관을 통해 들어간 지렁이가 기어 나오기조차 하며 받아놓은 물엔 앙금이 앉는 일도 허다하다는 것은 이젠 전혀 새삼스런 일이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된 원인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상수도원인 한강이 오염됐기 때문이다.
하수도시설의 부족, 분뇨처리시설의 미흡, 공장폐수 등으로 한강수질이 급격히 오염되고 있다는 것은 벌써 여러 번 경고되었던 것이다.
한강수질은 이미 지난 75년에 BOD가 23.5 PPM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허용기준치인 4 PPM의 거의 6배나 되어 상수도원으로는 마땅치 않다는 관계기관의 검사결과가 나온바 있다.
수질악화는 수량부족 못지 않게 수자원의 가치저하와 수역의 환경파괴라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식수를 공급하는 젖줄로서의 역할마저 못하게 하는 것인 만큼 시급히 한강수 소생을 위한 조치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서울의 상수도 수원지는 구의·뚝섬·노량진·보광·영등포 등 5개 수원지와 미아리 및 불광동의 보조 수원지가 있으나 이 모두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염도는 가양동 취수장과 별다를 바 없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하기에 시 당국은 깨끗한 상수도공급을 위해 팔당에 1백만t규모의 대단위 수원지를 건설 중에 있기는 하나 이와 함께 기존의 수원지 오염악화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한다. 수도행정 전반에 걸친 철저한 재검토가 있어야하고, 아울러 각 취수장의 정수장치를 보완하고 또 이미 발표한바 있는 한강「광역 하수처리장」건설을 앞당겨 하루라도 빨리 맑고 깨끗한 물을 풍족하게 공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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