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의 외교 정책은 「연미척소」|중공당 대외 연락 부장 연설서 밝혀진 그 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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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중공당 대외 연락 부장 「켕·퍄오」 (경표·King Piao)가 작년 8월 북경의 외교학원 졸업식에서 발표한 중공의 외교 전략 방향을 간추린 것이다. 중공 외교 정책 수립의 주요 「멤버」인 그는 이 연설에서 중공의 주적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라고 선언하고 현재로는 대미 투쟁과 대만 해방을 보류하여 온힘을 대소 투쟁에 기울인다는 연미척소 전략을 명시하고 있다. 중공의 정권이 바뀌고 4인조가 추방된 지금도 외교 정책은 일관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전략은 향후 중공 외교의 기조가 될 것 같다. <편집자주>
미소는 양대 패권 국가다. 미국은 여전히 자본주의 국가이며 군비 확장과 전쟁 준비·핵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태국과 월남에서 철수하여 과거보다는 군사적인 행동 반경이 크게 축소 후퇴했으나 아직도 7함대가 태평양을 누비고 중장비로 무장된 병력을 남한에 주둔시키며 서구·필리핀· 「오끼나와」 등에 기지를 가지고 있다.
침략의 본성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의 투쟁은 본질적으로 소련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해서도 계속돼야 한다.
지금 미소 양국은 서로 패권을 다투면서도 한편으로는 상호 결탁하여 세계 이익을 분양해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두개의 제국주의 국가 사이에서 우리는 두개를 동시에 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취해야 한다.
전체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보아 우리가 미국과의 투쟁을 중지하고 전력을 대소 투쟁에 기울인다면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비교적 평화로운 환경에서 국가를 건설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제국주의 세력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모순인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단결하면서 투쟁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한 탄력성 있는 정책인 것이다.
우리는 미군이 해외에 주둔하는데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서구나 「필리핀」 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그들 때문에 소련에 의한 침략 전쟁이 지연되고 있으며 이 같은 전쟁 지연은 우리 나라와 전 세계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의 탄력성은 요구된다.
지금의 대만 문제는 국제 정치상 별로 큰 요인이 안되고 있으며 이 문제가 당장 해결될 가능성도 없다. 10년, 20년, 아니 그이상의 시간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대만 문제는 미 중공 관계 개선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미국이 우리와 국교를 수립하려면 중공이 유일 합법의 중국 정부임을 인정하고 대만과의 국교를 단절, 미국 대사를 철수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역이나 민간 교류는 방해하지 않겠다.
대만 해방이 우리의 기본 정책이지만 전반적인 국제 정세의 발전과 우리의 준비 태세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무력을 사용치 않고 평화적으로 해방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은 시기상조다.
현재로는 현상을 유지하고 시기의 성숙을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익은 감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중공은 미국과의 투쟁을 중지하고 대만 문제를 제쳐놓고서 온힘을 대소 투쟁에 경주해야 한다.
미국을 끌어들여 동지나해를 지키게 하여 소련 세력을 막고 우리는 국력을 북방 수비와 국가 건설에 쏟아야한다.
우리의 주적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이며 대소 화해는 투항일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연미척소가 최선의 전략이다. <외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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