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키스」만으로도 전염되는 「바이러스」성 간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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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신부가 느닷없는 황달로 병원에 입원했다. 진찰결과 「바이러스」성 간염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문제는 어디에서 간염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느냐를 밝히는 것이었다. 가능한 전염원을 색출해 보았더니 간염「바이러스」를 옮긴 장본인은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다.
이 흥미 있는 「케이스」를 추적한 일본의료진은 신랑의 체내에 잠복해 있던 간염「바이러스」가 「키스」 혹은 부부생활을 통해 신부에게 전염, 발병했다는 「센세이셔널」한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세계의 학계의 화제가 됐다.
김정룡 박사(서울대의대교수·내과학)는 간염 「바이러스」는 오염된 음료수나 음식물을 먹었을 때 또는 수혈로도 간염이 발생하지만 요즈음에는 「키스」나 성생활로도 발생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소개한다.
간염발병 경로도 현대화되었다고나 할까. 이래서 간염환자는 자꾸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증가추세는 간염 「바이러스」의 보인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김 박사는 설명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는 약2백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인구의 약 7·2% 정도며 농촌(8·9%)이 도시(6·9%)보다 많다.
산모가 보균자일 경우 아기에게 옮길 수 있다. 주사는 물론 침을 맞고 간염을 얻은 예가 적지 않다.
「바이러스」성 간염은 A형(전염)이건 B형(혈청)이건 만성간염→간경변증→간암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전염병이라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발병시초에는 열이 나고 감기와 같은 중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식욕부진·구토·설사·변비등 위장병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그리고 상복부의 불쾌감 내지 압박감과 함께 전신의 심한 권태감과 피로감을 느낀다. 이 같은 중상이 1주일 정도 계속되므로 처음에는 감기나 위장병으로 오인하는 예가 흔하다는 김 박사의 말이다.
황달이 나타나면 급성간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확증이 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심하게 앓지 않고 때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간염「바이러스」를 체내에 간직하는 보균자가 된다. 그래서 혈액·대변·소변·침 등을 통해 간염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손을 깨끗이 씻는다든지 불결한 「키스」나 성행위를 피하는 것이 「바이러스」성 감염의 예방책이라고 김 박사는 강조한다. 또 음식을 날 것으로 먹지 않도록 하고 불필요한 수혈을 피하는 것도 간염을 예방하는 지침이다.
간염 때는 약물요법보다 식이요법이 훨씬 중요하다. 김 박사는 하루 1백∼1백50g의 단백질이 포함된 3천「칼로리」의 고단백·고「칼로리」식을 적극 권장한다. 지방제한은 특별히 필요 없다. 그러나 기름에 튀긴 음식이나 너무 기름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간염을 앓는 도중에는 음주는 금기, 그러나 1년이 지나면 하루에 「마티니」2잔, 고량주는 0·3홉, 소주 0·5홉, 정종 1홉, 맥주 1병 정도는 마셔도 된다. <김영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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