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언젠가「런던」의 경찰관들에게도 무기를 주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범죄자들이 날로 난폭해져서 이제는 맨손으로 맞서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 이유였다.
전통적으로 영국경찰관은 외국공관경비 때 이의에는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격훈련을 받은 경관은 20명에 한 명 꼴밖에 안 된다.
거리를 지키는 영국경찰관의 유일한 무기는 호각이다. 경찰봉도 숨기고 다닌다. 『보통 사람을 무장시켜 제복을 입히고, 다른 사람들과 떼어놓는다고 하자. 그렇게 되면 그게 바로 도발이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경관이 무장하게 되면 그만큼 범죄자들은 더욱 포악해진다는 것이다. 이래서 영국의 경찰관은 요새도 알몸으로 거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는「이탈리아」에서도 순찰경관의 무기휴대를 금지시키자는 운동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내부의 너무나도 완강한 반대에 부닥쳐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이탈리아」경찰관은 여전히 경찰봉 외에 7.65mm구경 권총을 휴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관도 흰색 야경봉과 권총을 휴대하고 있다. 물론 권총은 어디까지나 호신용으로만 쓰도록 되어있다.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잘 무장되어 있는 것은 서독의 경찰관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민 관계는 매우 원만하다.
우선 흰 장갑을 끼고 있다는 것부터가 이색적이다. 흰 장갑을 끼면 사람들이 공포심이나 적개심을 덜 갖게 되리라는 심리적 계산에 의한 것이다.
가장 편한 것도 서독의 경관이다. 직업으로서의 존경도도 높고 봉급도 많다. 그들의 불만은 교통정리에 너무 많은 근무시간을 뺏기고 범죄수사 임무는 너무 적다는데 있다.
우리 나라 경찰관들에게 일제조립식 경찰봉이라는 새 무기가 지급될 모양이다. 다만 치기배 전담경찰관 1백20명에게 한한 얘기다.
휴대 할 때는 길이 16cm 짜리가 쓸 때에는 41cm짜리 철봉이 되는 모양이다. 손도끼·면도칼등을 휘두르는 치기배들에게 맞서려면 경관에게도 자위수단은 있어야할 것이다.
『시민들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 해준다면 경찰의 일이 훨씬 수월해 질 것이다.』영국경관의 무장화를 주장했던 때의 이유중의 하나였다.
아닌게 아니라 경찰이 시민을 위해 있다면 시민 또한 경찰에 대하여 협조가 있어 마땅하다. 거리에서 치기배와 경관이 맞설 때 시민은 방관자로 끝난다. 자연 믿을 수 있는 것은 철봉뿐이다.
이렇게만 보면 경찰봉이 주로 바뀌는 게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혹은 또 1백20개의 철봉이 1천2백 개로 늘어나고, 치기배만을 위하던 당초의 목적 이의에까지 휘두르게 된다면? 하는 염려가 생기기도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