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삼성 이어 … 이번엔 농협생명 정보 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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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에 이어 보험업계에서도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생명 고객 개인정보 35만여 건이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 이상 외주업체 직원 노트북 컴퓨터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은 최근 농협생명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과정에서 ‘1월 13~15일 중 실시한 자체 점검 결과 외주업체 직원들의 개인 노트북에 35만 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내부문건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를 개인정보관리부실 검사로 전환했으며 17일부터 현장검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최근 검찰 주도로 설립된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에도 관련 자료를 제공해 협력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노트북에 옮겨졌던 자료는 고객등록번호라고 들었다”며 “여기에 개인 질병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었는지,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는지 여부는 조사를 진행해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 관계자는 “지금은 금융사들이 업무 목적으로 외주업체에 개인정보를 줄 때 변환된 자료를 주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제 정보를 제공했었다”며 “1월 8일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발생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해 넘겨진 자료들을 모두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주업체 직원들의 노트북 컴퓨터나 USB 등을 일절 외부로 갖고 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외부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도 이날 한 보험설계사가 “보험환급금을 맡겨주면 크게 불려서 돌려주겠다”고 고객 9명에게 접근한 뒤 모두 4억2000만원을 받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이 보험설계사는 당초 한 고객으로부터 66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 조사 결과 사기 액수가 훨씬 컸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이 설계사는 본사 직원이 아닌 자영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회사가 돈을 갚아줘야 하는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한화생명 직원 황모씨가 지인에게 허위 보증서류를 만들어줘 30억원의 부당 대출을 도와줬다는 정황이 포착돼 금감원이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황씨는 지난해 10월 법인인감증명서를 도용하고 대표이사 인감을 위조해 ‘대출금을 90일 내에 한화생명이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발급해줬다. 황씨 지인은 이 서류를 제시하고 한 코스닥 상장사로부터 30억원을 대출받은 뒤 잠적했다.

 한화생명은 특히 지난해 11월 이 사실을 확인하고도 최근까지 금감원 보고를 미룬 것으로 나타나 눈총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 측은 이와 관련해 금감원에 “개인비리라 회사에 채무변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해 보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감원은 ‘늑장 보고’의 고의성 여부까지 따져보겠다고 나서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다. 15일 은행장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금융사고를 은폐하거나 늑장 보고하는 등 시장과 소비자의 불안을 키우는 기만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도 한화생명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진석·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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