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어떻게 하면 해고를 당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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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로마=박종희 특파원】어떻게 하면 적당한 때 직장에서 모가지를 잘릴 수 있을까, 이런 궁리를 하고 있는 봉급장이들이 적지 않다 하면 곧이듣는 이가 많지 않을 게다. 그러나 그런 야릇한 일이 있기도 한 게 「이탈리아」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다. 그러면 그는 법에 따라 그후 6개월 동안 마지막 봉급의 8할 이상을 받는다. 제 발로 걸어나가면 그게 없다. 쫓겨 나야한다. 물론 회사기물을 때려부수는 따위의 불법행위 끝에 쫓겨나는 것은 처음부터 대상 외다.
그래서 그럴듯하게 모가지를 잘린다는 건 하나의 예술의 경지에 속하게끔 됐다. 사장이 나타났을 때 구들장이 꺼져라하고 방귀를 뀐다하는 조잡한 수단으론 모자란다. 벌써 눈치를 안 사장은 그 정도론 끄떡도 안 한다. 그리고 기술만 가지고도 어렵다. 평시에 신임이 두터웠다든지 사에 공이 컸다든지 하는 게 있어야 쫓겨나는 특전을 바라볼 수 있다.
하여간 어떻게 해서든 직장을 잃은 1백만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지금 「공」으로 돈을 타고 앉았다는 것이다. 하긴 그걸 「공으로」라고 업신여기는 조로 얘기할 일은 아니다. 그건 따져보면 훌륭한 사회보장의 한가지 형태다.
실업이 곧장 굶주림으로 통하던 공포를 없애준 사회보장은 그 자체 하나의 선이다. 그걸 가져오는데 그동안 강력한 집단으로 자라온 노조의 역할은 컸다. 노조는 그밖에도 조합원의 불안을 덜어주는데 큰 힘이 되고도 있다. 그건 좋다.
그러나 문제는 얘기 전부가 그저 「좋다」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데 생긴다. 그건 개인의 불안이라는 게 적어지면서 그것이 흔히는 사회적 규율의 불안을 대신 가져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낮잠 1시간 더 자봤대서 당장 무슨 벼락이 떨어지진 않는다. 생산성이 낮고 높고를 걱정할 것도 없다. 파업이란 무기도 있다. 그 때문에 기차가 제시간에 달리지 않는대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사회적 기강을 잡기 위해서는 복지사회이전의 불안이나 공포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면 「반동적」이란 지탄받기 꼭 알맞다. 그러나 적어도 그것에 대신할 어떤 새로운 도덕적 긴장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건 험 잡힐 얘길 건 없다. 실상 사회적 기강이라는 유기적 관절들을 연결시키는 각층간의 도의적 합의라는 게 귀하게 됐다는데 지금 이 나라가 겪고 있는 혼미의 까닭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건 1차적으론 정치인들의 책임이다.
이런 신문사설 같은 얘기를 한 「호텔」의 「바텐더」는 이번 총선거가 기민당의 정신을 차리게 했다면 그런 선거는 자주 있을수록 좋다는 것이었었다. 어째서 그리 유식하냐, 하니까 그는 얼마 전「화이트·칼러」직장을 「잃고」 딴데 취직하기까지 여기나와 일하고 있노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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