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오히려 한인 차별하다니…

미주중앙

입력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지상사들이 미국 노동법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각종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애틀랜타 지사의 경우 “한국 기업이 오히려 한인 구직자를 차별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한인사회의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와 법인장을 고용차별 및 부당해고 혐의로 고소한 데브라 크로스 씨는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한인 또는 한국 국적의 구직자들을 차별하는 지상사들의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폭로하고 있어 미주 한인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 위반” vs “호통”= 소장에 따르면 크로스씨는 지난해 3월 노크로스 현대중공업 미주법인에 인사부장(Manager of Human Resources)으로 채용됐다. 그는 회사 인사채용 절차 전반에 대한 검토를 실시한 결과 노동법 위반사항을 다수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직원 70여명 중 일부가 실질적으로는 일반 업무를 맡고있지만, 서류상 ‘관리직’으로 분류돼 주 40시간 이상을 일하고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윤석명 법인장은 자신에게 “한국인이나 한인 직원을 뽑지말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크로스씨는 윤 법인장의 지시에 대해 “인종을 잣대로 채용하면 회사가 소송을 당할수 있다”고 반대했지만, "윤 법인장은 오히려 자신에게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윤 법인장은 아울러 “최근 채용한 (아무개)처럼 40세 미만의 젊은 직원을 뽑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크로스 씨는 “노동법 위법 사항을 지적할 때마다 법인장은 몹시 화를 내며 나를 회의실로 따로 불러 1시간 이상 호통을 쳤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자신이 주장을 굽히지 않자 윤 법인장은 이메일에서 “(지시를 따르기 않으면) 인력회사에 직접 문의하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고 그는 말했다.

▶거듭되는 인종차별 소송= 현대중공업 미국 법인은 지난 2010년에도 백인 직원으로부터 인종차별 혐의로 피소된 바 있다. 원고는 “한국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내에서 소외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은 결국 회사측의 승소로 끝났다.

이에 대해 크로스 씨를 대변하는 스티븐 캣츠 변호사는 “윤 법인장이 2010년과 같은 소송을 당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신경을 쓴 것 같다”며 “하지만 대응방법에서 미국 노동법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사람을 적게 뽑으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채용 기준으로 인종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위법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 기업의 미주 지사는 임원 채용시에만 인종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캣츠 변호사는 또 “한국에서 온 임원들은 미국 직원들이 4시에 칼퇴근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을 것”이라며 “한국계 직원들과 타인종 직원들에 대한 이중 잣대 때문에 한국계 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고의적으로 직원들을 차별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 본사에서 임원을 발령하기 전 미국 노동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미국이 겪은 차별의 역사나 법의 배경을 이해하고 미국 노동법을 준수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기자는 현대중공업 및 회사측 변호사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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