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바가지」 요금 피할 천재 있을까|【로마=박중희 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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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내가 혹시 천재가 아닌가? 그게 확실치 않아 고민인 사람이 있으면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이탈리아」에 가면 된다. 만일 이 나라에 갔다가 한번도, 한푼도 「바가지」를 안 쓰고 떠나 왔다면 그는 자신을 틀림없는 천재로 봐 그리 터무니없을 건 없다. 그러니까 한번쯤 바가지를 썼다고 해서 자기를 미련하다고 탓할 노릇도 아니다. 오히려 그쯤이면 지능 수준이 평균은 된다고 자부할 일이다.
하여간 「이탈리아」 사람들, 그 방면에 아주 천재적이다. 『이를테면…』하고 그 하고 많은 예들을 여기서 들건 없다. 뿐만 아니라 그러다간 실컷 잘 구경하고 와서 남의 나라 험 잡는다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게 뭐 그리 큰 험일 것도 없다. 적어도 이 나라 사람들에게 그게 큰 흠이거나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지진 않는다.
사실이지 관광객에게 약간의 「특별 요금」을 매긴다는게 어디 지구상에 「이탈리아」 뿐이냐. 좀 차이가 있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남들보다 두뇌가 더 발달됐다는 것뿐이다. 그보다도 더 중요한게 있다. 하나님은 중동에다가는 석유를, 북구에는 석탄을 하는 따위로 나라나 고장마다 자원들을 골고루 베풀어 주셨다. 「이탈리아」에 베풀어 주신건 관광객이다.
석유나 석탄을 개발 이용한대서 그걸 누구하나 부도덕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같은「자연자원」을 개발 좀 하는데 그 자원이 걸어다니는 거라고 해서 반드시 부도덕한 것으로 봐야 할거냐. 「이탈리아」의 경우 자원들이 땅 위에서 걸어다니는 형태를 띄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우연한 「특수 사정」에 지나지 않는다.
특수 사정으로 말하면 마땅히 이해해줘야할게 또 하나 있다. 「이탈리아」의 화폐인 「리라」는 남의 나라 것처럼 강경하기보다는 연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자리에 버티고 서 있질 않는다. 나쁘게 말하면 불안하다. 『혹시, 역사라는 것을 읽어 본 일이 있으면 알겠지만』하며 기자를 「로마」 비행장까지 태워다 주던 「택시」 운전사는 유창한 미국식 영어로 이렇게 강의해주는 것이었다. 『한나라 사람들의 도덕 수준의 경·연성이란 그 나라 그때 그때의 화폐의 경·연성에 거의 정확히 비례하는 것이거든』
그리곤 한쪽 눈을 끔뻑하는 허위대 좋은 운전사에게 역시 「갈릴레오·갈릴레이」의 후예들답게 「택시」 운전사의 화제 수준도 몹시 높구나 하는 감탄 결에 달라는 대로 돈을 치렀다.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게 「바가지」 요금이었다. 기자도 별 수 없이 천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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