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부족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서독「카톨릭」교회|고령에 지망자 줄어 기혼 신학사로 메워야 할 실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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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프랑크푸르트=엄효현 특파원】서독「카톨릭」교회는 최근 들어 성직지망생이 부쩍 줄어들고 있는 바람에 기혼 신학사로 신부를 대처해야 할 실정에 놓여 있다.
최근 발표된 서독「카톨릭」교회의 통계에 따르면 22개 주교관에서 근무하는 신부 1만8천2백29명의 숫자가 5년 후인 81년에는 1만4천8백31명이 되어 20%의 감소율을 보일 전망이다.
이 같은 계산은 신부의 사망과 성직이탈을 감안하여 나온 것인데 서독「카톨릭」교회의 통계는 지난 72년 처음 실시된 이래 매년 예상을 적중시켜 상당한 신빙성을 띠고 있다는 것.
따라서 서독「카톨릭」교회는 앞으로 예상되는 신부 부족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서독에서 신부부족현장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현재 봉직중인 신부가 대부분 고령자(71세 이상이 전체의 3분의1)이고 신부지망생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서독「카톨릭」교회는 신부부족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될 입장인데 그 중의 한가지 방안으로 기혼 신학 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교회에서 「카운슬링」등을 맡고 신부를 보좌하는 조수는 결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수 직을 맡는 신학 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또 신부의 서품식 때 주교는 수품한 신부에게 적당한 생활보장을 해주고 있고 동시에 교회는 자녀를 가진 기혼조수에게 생활보장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생활에 걱정을 하지 않고 교직생활에 봉직할 수 있어 조수 직은 인기가 있는 편이다.
현재 서독「카톨릭」교회에서는 결혼한 세속교직자가 신부 관이나 보좌신부기숙사에 입주하는 등 하등의 불편 없이 성직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점을 들어 앞으로 교회는 이런 방향으로 변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교직자들의 일치된 생각이다.
그러나 아직은 신부의 감소현상에도 불구하고 신부는 미혼자라야 된다는 현재의 제도가 변경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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