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보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교수들의 보직은 흔히 「교내감투」로 불린다. 이는 곧 보직에 대한 매력을 상당히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 말인 것 같다.

<교내감투의 매력>
교수는 이른바 「교내감투」유무에 따라 보직교수와 무보직교수로 나눌 수도 있다.
「감투」자리는 보직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다. 대학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누어진다. 총장·부총장·대학원장·학장·처장(교무·학생·총무처)·부속기관장(도서관·박물관·각종 연구소)·학과장 등. 이들의 임기는 보통 총장이 4∼6년, 나머지가 2∼3년씩이다.
교수의 보직은 득실을 수반한다. 대체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다고들 한다.
얻는 것으로는 보직수당과 판공비, 그리고 전용차량 혜택과 강의시간 감축(1주에 3∼4시간씩 감축) 등이며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보직수당과 판공비는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월정액이 총장 20만∼30만원, 대학원장·학장,·처장 등이 3만∼8만원, 부속기관장 2만∼5만원, 학과장 1만원정도.
잃는 것으로는 연구시간을 내기 힘든 점이다. 부속기관장의 경우는 업무자체가 자신의 전공분야와 직접·간접으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그러나 총·학장, 처·과장 등 일반행정직의 경우는 자기시간을 내기가 사실상 퍽 어려운 실정.

<하루 결재만 백건>
Y대 C처장의 경우를 보자. 그는 매일 1회 이상의 각종 회의에 참석, 2,3시간 가량을 보내야 하고, 각 단과대학과의 업무협의 관계로 2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수시로 총장·부총장의 지시를 기다리며 하루에 보통 1백건 이상의 결재서류를 처리해야 한다. 게다가 교원인사관계 업무 등과 관련, 교내의 인사들과 자주 만나야한다. 그러다 보면 일과후의 자기 시간마저 뺏기는 날이 많다.
이는 행정보직을 맡고있는 대부분의 교수가 겪고있는 공통된 현상. H대의 L학장이나 S대의 S처장·Y처장도 1주에 5,6시간씩 맡고있는 강의마저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내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교수의 수명은 연구활동과 비례한다. 연구에 지장이 많은 보직업무는 오래 맡으면 맡을 수록 그만큼 교수로서의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자로서 한 평생을 마치겠다는 교수라면 전공분야와 동떨어진 일반행정보직은 맡지 않는 편이 바람직한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실은 그럴지가 못하다. 적잖은 교수들은 「교내감투」라는 보직을 정말 꺼리지만, 이에 못지 않은 많은 교수들은 보직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것.

<부속기관장 인기>
보직자의 재량권이 많이 인정되는 대학일수록 보직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전공분야와 관련이 깊거나 명예스런 보직일수록 희망자가 많아진다고 한다.
희망자가 많은 보직은 대체로 총·학장직과 부속기관장직이며, 그 다음이 처장자리이고 맡기를 꺼리는 보직은 학과장직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학과장직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일정기간 돌아가면서 맡고 있는 실정이다.
총장과 학장(단과대학)은 국립의 경우 문교부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사립의 경우는 재단이사회의 선출을 거쳐 문교부장관이 승인한다.
대학원장·학장 등은 국립의 경우 총장(단과대는 학장)의 제청으로 문교부장관이 보하고 사립의 경우는 총장(단과대는 학장)의 제청으로 재단이사회가 정한다. 기타 보직은 총·학장이 임명한다.
보직에 애착을 갖는 권력지향형 일부 교수들 사이에는 교내감투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알력도 없지 않다.

<안 보이는 알력도>
S대의 A교수는 「테니스」로, H대의 S교수는 바둑으로 인사실권자의 환심을 산 끝에 결국 학장자리 다툼에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는 후문도 없지 않다..
연구에 지장이 많고 강의가 불충실해 학생들로부터도 호감을 사지 못하는 보직을 애써 맡으려고 하는 이유는 보직수당이 나오고 차량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예로부터 「장」자리를 우러러(?) 보는 관료주의적 사고방식과 명예욕·학교 실권자로부터 받는 신임도 등에 향수를 느끼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일반행정보직교수에 대해서는 가급적 중임을 피하되 중임이 부득이할 때엔 임기가 끝난 뒤 해외유학 등으로 그동안 뒤떨어진 연구활동을 보충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도 뒤따라야할 것 같다. <오만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