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은 안중에 없는 마이웨이 정치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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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02면

최근 정치권의 일방통행식 질주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의 눈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만의 진흙탕 싸움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모습이다. 지난 한 주간 정치권에서 오간 공방들은 왜 정치인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4일엔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예고도 없이 청와대를 불쑥 찾아갔다. 지방선거 무공천을 둘러싸고 여야가 연일 난타전을 벌이는 와중에서다. 새누리당은 “정치 쇼”라고 비난했지만 야당은 한 술 더 떠서 ‘지방선거 보이콧’이란 극단적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여당도 다를 바 없다. 청와대 불통 논란에 여야의 죽기 살기 식 강대강 대치가 겹치면서 정치권 전체가 꼬일 대로 꼬여가는 형국이다.

안 대표의 청와대 깜짝 방문은 오늘날 한국 정치의 단절 현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가 각자 ‘마이웨이’만 외치는데 어느 누가 박수를 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날 방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부재한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순수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당내 강경파를 의식한 ‘보여주기 식’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야당 일각에서 지방선거 보이콧 주장까지 내놓는 것도 정당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설령 대여 압박을 위한 전술적 행보라 하더라도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가장 소중한 권리 중 하나인 선거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서울시장 후보들이 일제히 정책 발표회를 열며 ‘클린 유세’를 펼치는가 싶더니 이내 다음 날 상호 비방을 재개하고 나섰다. 오죽하면 서청원 전 대표가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 도중 후보들 면전에서 “누구를 위한 네거티브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낯이 뜨겁다”고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같은 날 최경환 원내대표는 제1 야당 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는 도중 “너나 잘해!”라고 고함을 지르며 또다시 소동을 불렀다. 이틀 뒤 최 원내대표가 사과했지만 자성 없는 여당의 모습에 국민은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

6·4 지방선거가 이제 6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정치인은 권력 획득이 제1의 존재 이유라지만 그에 앞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기본 명제가 있다.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란 평범한 진리다. 선거 때만 잠시 국민을 외치다 평소엔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서 국민의 분노와 피로감은 소리 없이 쌓여만 가고 있다.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당리당략만 챙기는 정치인은 결국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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