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소리 드높은 미국 TV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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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TV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TV계에도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면서 개혁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범죄물의 홍수, 「스폰서」를 너무 의식한 흥미본위 제작 등으로 비판을 받은 미TV계는 지난해 가을 「패밀리·아워」를 설정하는 등 개편을 단행했었다. 혹자는 『새로운 해방』이라고 개편을 환영했지만 아직 옛 형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다.
근착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미TV산업연구의 권위자이며 「워싱턴」 「스미소니언」연구소의 초빙 연구가인 「에릭·바노」씨와의 대담을 통해 미국TV가 당면한 문제점들을 파헤치고 있다.
미국TV계는 식자들로부터 「뉴스」와 「다큐멘터리」·문화교양「프로」를 더 많이 제작하라는 끊임없는 압력을 받고 있다. 일부 「네트웍」은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TV운영자들은 여전히 「프로」의 성공척도를 『얼마나 많은 광고를 팔았느냐』는데 두고 있어 「프로」의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내용이 개선되었다고 하나 그것은 표면상에 그칠 뿐 근본적인 변화는 오지 않고 있다.
『가족과 함께』와 같은 솔직하고 현실적인 「쇼」형태 「프로」가 등장,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받고있으나 몇 년 전과 다를 바가 없다. 폭력과 범죄의 증가는 어느 정도 TV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TV는 「헤어·스타일」·의상·일상언어 뿐 아니라 인간의 의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 범죄물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도되었다해도 반복적인 폭력장면의 노출은 그 악영향에 별차가 없다.
최근 폭력「프로」를 많이 접하는 어린이와 더 다듬어진 「프로」를 본 어린이의 행태를 다룬 한 연구는 폭력「프로」를 많이 본 어린이가 훨씬 폭력적일 뿐 아니라 그들이 화면에서 본 폭력형태를 모방하는 성향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매시간·매일·매년 이런 「프로」를 보며 자라고 있는지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쁜 「프로」를 추방하기 위해 설정된 「패밀리·아워」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초저녁 「프로」에 대한 시비가 일고 TV「프로」에 대한「스폰서」들의 불만이 심해지자 「패밀리·아워」이후인 저녁시간은 편성이 더 자유로와 지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허용되지 않았던 것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 국민의 60%가 주 정보원이라고 말하고 있는 TV「뉴스」의 문제도 심각하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그들의 안방구석에 마련된 TV가 세계도처에서 일어나는 모든 「뉴스」를 다 전달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카메라」가 잡을 수 있는 것만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뉴스」제작자들이 의사사건에 얽매여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이미 무엇이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리고 만약 예외가 있다면 「카메라」가 현장에 도달할 수 있는 화재나 홍수 등 천재지변뿐이다. 따라서 제작자에 의해 배열된 것만이 제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너무 큰 권한이 주어져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이 개입하기 전까지는 동남아에서 무엇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지난 l0년 동안 「앙골라」에서 어떤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한마디로 TV의 장례는 즐거움보다는 혼란스런 것이 될 것 같다. 현대과학은 집안의 시청자가 「보튼」하나로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하고 화면을 통한 대화까지 가능하게 하고 있다.
장래의 우리사회는 TV와 무선의 영향으로 결국은 위험한 불안이 많은 심리적인 문제들을 안게 될 것이다. <미「윌드·리포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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