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알리스' 판매사 경영 아이디어는 자전거 위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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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약업체인 한국릴리의 랍 스미스(49.영국.사진) 사장은 주말이면 승용차 트렁크에 산악자전거를 싣는다. 모험을 즐기러 험한 산비탈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승용차로 강화도 등으로 간 다음 자전거로 현지 도로를 달리며 한국의 경치를 만끽한다. 지난 주말인 2~3일에는 제주도 한라산 등반 도로를 누볐다. 다음달엔 동해안으로 갈 계획이다. 한국에 오기 전 타이완 지사장으로 있을 때도 자전거를 타고 타이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스미스 사장에게 자전거 여행은 여가 활동 이상의 의미도 있다. "힘들게 페달을 밟아 꼭대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훨씬 쉽게 올라올 수 있는 다른 길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면 더 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자전거를 탈때마다 불필요하게 쓰는 시간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각오를 한다."

스미스 사장은 고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의사들을 찾아서 릴리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릴리의 영업사원들이 제공하는 정보에 만족하는지 등을 물어본다.

최근에는 대전.청주 등지의 병원을 찾았다.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경영신조다. 지난해 9월 부임한 뒤 한국릴리의 임원에게 수시로 의사들을 만나게 했다.

스미스 사장은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힘쓴다.한달에 두 번씩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회사 경영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수렴한다.

올초 경주에서 전 직원이 모여 1박2일간 워크샵 여흥시간에 직접 마이크를 잡고 팝송을 불렀다.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위해서다.

스미스 사장은 "한국 시장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요즘 한국에서 화제거리가 무엇인지 직원들에게 자주 묻곤 한다"면서 "지난해 한국에 같이 온 고3 아들이 한국어를 좀 익혀 TV 뉴스를 통역해준다"고 말했다.

릴리는 미국에 본사가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가 릴리의 제품이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직원은 350여명이다.

글=권혁주 기자<woongjoo@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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