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창당 앞두고 삐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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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정치민주연합 창당을 이틀 앞두고 문재인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삐걱거리고 있다. 문 의원은 안 의원의 신당 합류 명분인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을, 안 의원은 문 의원이 주도한 ‘NLL(서해 북방한계선) 대화록 공개’를 각각 건드렸다.

 문 의원은 24일 부산지역 언론사 정치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초선거 무공천은 안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 명분으로 내세운 사안이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문 의원은 “무공천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위해선 당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 필요했는데 통합이라는 역사적 대의 때문에 생략된 부분이 있다”며 “지역에서 보니 출마자들이 힘들어하고 탈당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 새누리당은 그대로 있고 민주당만 무공천을 하면 선거 결과가 일방적이 될 수가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무공천이 필요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의원의 측근인 윤호중 의원은 "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당의 입장을 확고히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공천을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안 의원을 흔드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김한길 대표와 안 의원은 그동안 무공천이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수차 천명해 왔다. 안 의원 측 금태섭 대변인은 “우리 입장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제주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담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문제를 꺼냈다.

 안 의원은 “당시 NLL과 관련한 원본(대화록)을 공개하자는 표결이 국회에 부쳐졌는데 저는 반대했다”며 “그런데 어처구니없게 통과됐다. (본회의장의 표결 전광판엔) 반대는 몇 명이 안 되고 (찬성표인) 파란불로 덮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도 원하지 않고 국익에 도움도 안 되는데 통과되는 모습을 보면서 ‘혼자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구나’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이런 일들이 안 생길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6월 문 의원은 2007년 정상회담을 놓고 NLL 포기 논란이 계속되자 “해선 안 되는 어리석은 짓이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며 대화록 공개를 요구해 표결로 이어졌다.

  최근 안 의원의 멘토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문 의원에게 정계은퇴를 촉구한 데 이어 안 의원이 대화록 공개 문제를 꺼내고, 문 의원이 기초선거 무공천 결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해 ‘김한길-안철수’ 대 친노 진영의 긴장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성우·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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