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지는 재일교포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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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총련은 악랄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성묘방문의 효과가 이렇듯 큰 파장을 일으키자 상공인과 조직 간부들의 이탈을 방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있다.
자금원을 확보하고 기간조직의 동요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것.
상공인들의 이탈 방지에 활용되고 있는 도구가 조총련 금융기관인 「조은 신용조합이다. 「조은」은 교육사업과 더불어 조총련을 떠받쳐온 대지주의 하나. 예금고는 총2천9박41억 「엥」으로 민단산하 신용조합 (상은·전은)의 2천7백57억「엥」보다 2백90억 「엥」 이나많다 (10월말 현재). 점포수도 「민단신용조합」은 일본전국에 96개이나 「조은」은 이보다 30여개가 더많은 1백2O개. 조총련은 「조은」을 정치목적으로 써먹기 위해 각지부 조총련위원장에게 운영실권을 주고 있으며 융자도 까다로운 조건 없이 열성분자에게는 자산실력보다 더 많이 주고있다. 이런 운영방식 때문에 조총련간부는「조은」으로부터 돈을 꾸어 쓰는 교포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조은」의 융자를 받은 조총련계 실업인들이 마음으로는 모국을 방문하고 싶어도 선뜻 결심을 못하고 있다는 것「후꾸오까」「조은」이사로 모국성모방문을 하고 온 송일용씨(51·경남사천 출신·북구주시문하구소송정)는 조총련계 상공인 친구 몇 명에게 모국방문을 권고했더니 『송사장,「조은」의 대부금 갚을 돈을 좀 빌려주시오』 라고 말하며 난처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
10년간이나 명고옥「조은」및 상공회이사를 역임해 온 김상문씨(53·부산출신·신호시생전구)는 지난 8월 34년 만에 모국에서 성묘를 하고 돌아와 「한은」에 1천만「엥」의 융자신청을 냈었으나 거절당했다.
김씨는 한때 1억「엥」까지 융자를 받았던 적도 있었다는 것. 지난 9월 38년 만에 모국성묘 방문을 했던 정홍혜씨(46·수원출신·동경도신전미광정·신화산업사장)는 「조은」융자금 1천만 「엥」의 상환을 재촉 받고 있다.
병고현에서는 수천만「엥」씩「조은」융자를 받은 조총련계 교포2명이 모국방문 수속을 끝내고 이 사실이 조총련 쪽에 알려지는 바람에 한국에 가지 말라는 협박을 받고는 모국방문을 취소했다.
「흥은·상은」의 조합원은 10월말 현재 9천4백56명이며「조은」의 조합원은 공식으로 발표된 것은 없지만 1만5천명은 넘을 것이라는 것.
『외국에 사는 교포가 먹고사는 일만큼 긴요한 일이 어디 있는가.』 이렇게 말문을 연 송일룡씨는「상은·흥은」등 민단 산하 신용조합을 강화하는 것이 조총련동포의 모국방문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주장한다.
약세의 민단신용조합의 자본금을 대폭 늘려「조은」의 융자금에 묶여 모국방문을 못하는 동포들에게 필요한 액수만큼 대부를 해준다면 조은은 약화되고 동시에 조충련도 힘을 잃게될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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