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동과 음향의 조화|동랑 극단『태』를 보고-한상철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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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랑 레퍼터리 극단의『태』(드라마·센터 16일까지)는 작년 봄·올 가을에 이어 이번 등 모두 세 번째의 공연이다. 중앙문화대상 수상기념으로 공연되는 탓도 있겠지만 종래의 연출에 손길을 가해서 더욱 돋보인다
줄거리는 세조·단종·사육신·신숙주의 이야기지만 작가 오태석은 역사의 재현보다 역사 속의 의미를 추출하여 이를 권력과 생명간의 관계로 압축하되 역사물에 따르는 시대적 장식은 일체 배제시키고 있다. 따라서 한 시대의 역사적 사건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의 시대에 보다 접근하게 된다.
인물과 액션의 논리적 설명을 생략했을 때 따르는 비약은 곧 연출자에의 도전이며 연기의 확대다. 이 공연을 성공시킨 것은 안민수가 바로 그 갭을 메워 주는 작업을 넘어서서 추상적 형 해에 살을 붙이고 피를 통하게 하고 그 숨결과 움직임을 선과 색과 율동과 음향이 조화를 이루는 또 하나의 추상적인 리듬으로 바꾸어 놓는데 있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초연 때의 결함이었던 극 진행의 초중종의 중을 보강하고 그러기 위해 세조(이호재 분)와 신숙주(김무송 분)를 보다 격정적으로 맞부딪치게 했다는 점과 사육신의 처형장면에서 도살장 같은 잔혹성을 억제시켰다는 점이다.
다만 단종의 죽음에서 기관총에 대한 미련이 왜 그처럼 강한지 이해하기 곤란하다.
쌓여진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인위적인 격정을 토해 내는 듯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두 주연 연기자는 연기력을 최대로 확대시켜 가고 있고, 배우가 바뀌어 들어온 변창순과 윤소정의 그 아련한 읍 소는 다듬어진 그 역과 어울려 오히려 폐부를 찢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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