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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ese Only'와 'Only Japanes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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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 기자 중앙일보 도쿄 총국장 兼 순회특파원
김현기
도쿄 총국장

요즘 일본 내 한국 주재원들 사이에 공통 화제가 하나 있다. 개인택시 운전사들의 외국인에 대한 무례함이다. 한국에선 개인택시의 친절도가 높지만 일본은 거꾸로다. 잘 교육받은 회사 택시 운전사들이 훨씬 친절하다. ‘거리낄 게 없는’ 개인택시 운전사들은 외국인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 주재원은 “얼마 전 개인택시를 탄 뒤 한국어로 전화통화를 하니 나긋하던 운전사의 태도가 돌변하더라”며 “이제는 아무리 급해도 개인택시는 안 탄다”고 말했다. 다른 이는 “처음에 존댓말을 쓰다 한국인인 것을 아는 순간 반말로 바뀌더라”고 털어놓았다. 최근 1~2년 사이 벌어지고 있는 사회현상이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우라와 레즈’ 응원단 일부가 관객석 출입구에 ‘Japanese Only(일본인 외 사절)’란 현수막을 걸었다는 뉴스를 접한 순간 일본의 개인택시가 오버랩돼 떠올랐다. 문제의 우라와 응원단은 J-리그 측의 조사과정에서 “골대 바로 뒤 응원단 자리는 성지(聖地)다. 외국인이 들어와선 안 된다”고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또 문제의 현수막은 ‘자기 팀’ 소속의 재일교포 4세 공격수 이충성(귀화명:리 다다나리)을 겨냥했다고 한다. 이미 ‘일본인’이 된 이충성에게까지 ‘출신’을 따지고 든 것이다.

 비단 개인택시나 우라와 응원단뿐이 아니다. 1년여 전부터 계속된 일본의 우익단체 ‘재특회’란 곳의 노골적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는 이미 ‘표현의 자유’라는 범주를 넘어섰음에도 거침이 없다. 주말인 지난 16일에도 이들은 도쿄 도심에서 “한국인은 일본에서 나가라”를 외쳤다. 더 한심한 것은 이들에게 도쿄도 도시마(豊島)구가 집회장소로 공공시설인 도시마 공회당을 허가했다는 사실이다. “집회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만 내놓는다.

 일련의 흐름 한가운데에는 이런 분위기를 방치하는 아베 정권의 기본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14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기자회견 발언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 법무성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해소를 위해 각종 계몽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법무성을 중심으로 계몽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계몽’만 있을 뿐 이를 차단할 ‘조치’는 생각을 않는다. 유엔까지 나서 1년째 개선을 재촉하지만 일본 정부는 딴청이다. 그러니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사흘 만에 ‘무관중 경기’란 엄벌을 내려 경종을 울린 J-리그 측이 훨씬 상식적이고 분별력 있다.

 일본 정부가 이러니 지자체도 우익단체들도, 심지어 개인택시 운전사들도 ‘Japanese Only’로 쏠린다. ‘Japanese Only’는 결국 ‘Only Japanese(고립된 일본인)’를 초래한다. 그게 진리다. 또 하나의 진리. 차별하는 나라는 결국 차별받게 된다.

김현기 도쿄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