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 스피드 맞춰 볼 바꿨더니 비거리가 10야드 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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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호 27면

브리지스톤의 B330과 e시리즈 골프볼의 단면도. 볼 핵심부인 하이드로 코어(파란색)의 중심을 최대한 부드럽게 만들어 충격이 가해지면 내부에서 물결처럼 파장이 일어난다. 이 결과 볼의 직진성을 방해하는 사이드 스핀 양이 크게 줄었다. [브리지스톤]

무게 1.620온스(45.93g) 이하, 직경 1.680인치(42.67㎜) 이상.

필드의 새바람 ‘골프볼 피팅’

 골프규칙에서 규정하는 골프볼의 제원이다. 한 개당 총무게는 46g 이하로 달걀(52g·대란 기준)보다 더 가볍다. 하지만 1000억원 시장을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골프볼 시장은 ‘타이틀리스트 vs 비(非)타이틀리스트’의 싸움이다. 타이틀리스트의 시장 점유율이 월등히 높다. 이 구조를 깨려는 세계 유수의 브랜드는 많다. 일본 던롭과 브리지스톤, 그리고 미국 캘러웨이가 대표적이다. 골프클럽 등 다른 용품에 비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판매 회전율과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골프볼 시장은 대단히 유혹적이다. 한마디로 현금이 잘 도는 시장이다.

 올해 골프볼 시장의 재미난 화두는 ‘볼도 클럽처럼 피팅(fitting) 할 수 있다’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캘러웨이와 브리지스톤·던롭 등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볼 피팅’을 컨셉트로 하는 새 공을 내놓았다. 골프볼 피팅 시대가 열린 것이다.

스윙 스피드 105마일 이하면 볼피팅 필요
이들 3사가 내놓은 전략은 ‘스윙 스피드에 따른 볼 선택’이다. 통상 스윙 스피드가 105마일(mph·약 168.9㎞) 이상이면 세미프로, 110마일 이상이면 프로, 120마일 이상이면 투어프로 수준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브리지스톤의 경우 2006년부터 20만 명이 넘는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5마일 이상의 스윙 스피드를 가진 골퍼는 23%이고, 나머지 77%는 105마일 이하라는 통계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중에 나와 있는 골프볼은 거의 대부분 프로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이들 볼은 105마일 이상의 스윙 스피드로 드라이브 샷을 날리면 평균 274야드의 비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물론 이 거리의 드라이브 샷을 날리려면 몇 가지 전제가 따른다. 드라이버 로프트는 10도이고, 클럽 페이스가 볼을 임팩트하는 순간의 어택각은 +5도여야 한다. 또 볼에 걸리는 백스핀은 2210rpm일 때 가능하다.

 물리학자인 고려대 김선웅(디스플레이 반도체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스윙 스피드가 105마일 이상일 때 볼에 가해지는 충격력은 1.3t에 해당한다”며 “아마추어 골퍼가 일정 수준 이상의 스윙 스피드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충격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비거리도 줄게 된다”고 말했다. 역으로 설명하면 많은 아마추어 골퍼가 자신의 스윙 스피드보다 더 버거운 골프볼을 티펙에 올렸고 안간힘을 다해 치고 있다는 뜻이다. 브리지스톤의 백영길 마케팅 팀장은 “105마일 이하의 스윙 스피드를 가진 아마추어 골퍼들 중 50%가 투어 프로용 볼을 사용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마 골퍼 절반이 프로용 볼 사용
바로 이 점에 착안해 올해 브리지스톤과 캘러웨이, 그리고 던롭 등은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 스피드에 맞는 신제품을 대거 내놓았다. 특히 브리지스톤은 지난 2월 골프공 ‘B330 시리즈’와 ‘e 시리즈’ 출시를 기점으로 볼 피팅을 본격화했다. 캘러웨이도 올해 ‘SR1~3’ 골프볼을 새로 선보이면서 스윙 스피드에 따른 볼 선택 기준을 마련했다.

 이 얘기는 종전 제품보다 볼의 압축강도가 더 부드러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105마일 이하로 스피드가 느리거나 힘이 약한 골퍼가 샷을 해도 임팩트 순간 볼에 전달되는 ‘충격력’은 프로처럼 1.3t에 근접하도록 볼의 압축강도를 낮췄다고 볼 수 있다. 골프볼은 드라이버로 타격한 볼이 찌그러지면서 그로 인한 반발력으로 날아가게 되는 원리인데 볼의 중심부(코어)에 에너지가 충분히 전달되어야 비행(체공) 시간이 길어진다.

 브리지스톤이 새로 선보인 B330 시리즈 골프볼은 크게 105마일 이상과 105마일 이하의 두 가지 타입이다. 105마일 이하인 골퍼가 브리지스톤의 골프볼을 사용한다면 B330-RX 모델이 더 큰 비거리를 구현할 수 있다. 또 105마일 이하인 골퍼 중에서도 거리보다는 스핀 컨트롤을 원하면 B330-RXS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이 모델은 일반 볼의 압축강도가 100일 때 65~70% 수준이다. 비거리의 증가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자신의 스윙 스피드에 맞게 볼을 피팅하게 되면 평균 10야드 정도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브리지스톤 측의 설명이다.

 브리지스톤이 새로 선보인 e시리즈(e5·e6·e7)는 더 재미난 골프공이다. 세 가지 모델 중 e6는 드라이브 티샷 때 볼이 산탄총을 쏘는 것처럼 좌우로 날리는 골퍼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심부의 압축강도를 최대한 부드럽게(일반 볼의 45% 수준) 만들어 백 스핀과 사이드 스핀을 최소화해 타구의 직진성을 높였다. 한 방울의 물을 첨가해 만든 부드러운 하이드로 코어(Hydro Core·공의 중심부인 핵)가 이를 가능케 했다. 볼에 충격을 가하면 내부에서 그레데이션(Gradation) 형태의 스프링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그래픽 참조>

 캘러웨이는 스윙 스피드를 세 가지로 분류해 놓고 있다. SR1은 90마일 이하(느린 스윙), SR2는 90~105마일(비교적 빠른 스윙), 그리고 SR3는 105마일 이상(프로 선수와 같은 매우 빠른 스윙)의 골퍼가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캘러웨이의 김흥식 이사는 “스윙 스피드라는 새로운 볼 선택 기준을 제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던롭스포츠가 선보인 볼은 스윙 스피드를 아마추어 골퍼에게 맞게 더 현실적으로 세분했다. 85마일 이하와 85~95마일, 그리고 98마일 이상이 그것이다. 국내 아마추어 골퍼의 스윙 스피드가 보통 90마일(약 1t의 충격력 발생) 수준임을 고려한 것이다. 이 때문에 85~95마일 수준으로 비거리와 직진성을 중요시하는 골퍼라면 ‘젝시오 XD-AERO’를, 98마일 이상이라면 ‘스릭슨 Z-STAR’가 좋다. Z-STAR는 지난해 미국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3연승을 일궈낸 박인비(26)가 사용해 ‘박인비의 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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