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도 똑부러지는 김희애 첫사랑 그녀 이미지도 여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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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시작하는 JTBC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는 무려 열아홉 살 아래 유아인과 연인으로 나온다. 연하남 연상녀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내일 모래 오십 줄을 바라보는 중년 여성배우가, 그것도 요즘 가장 ‘핫’한 유아인을 상대로 ‘격정적인’ 연애라니, 이래도 되는 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말이 안 된다거나 주책스럽다거나 이런 말은 보이지 않는다. 김희애니까. 김희애라서 이해가 되고 용납이 되는 거다. 14일 개봉한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무려 21년 만에 김희애가 출연한 영화다. 예매율 1등이다. 드라마에서 영화, 그리고 ‘꽃보다 누나’‘힐링 캠프’ 같은 예능, 토크쇼 프로까지. 김희애의 최근 모습은 20대, 30대 톱 스타 못지않다. 그가 입고 나온 스웨터 신발, 그가 쓰는 화장품은 늘 요란하지 않게 ‘완판’을 기록하고 피부관리법·운동법까지 인기검색어 순위에 오른다. 한마디로 중년세대의 워너비로 등극한 모습이다.

20여 년 전쯤 데뷔할 때부터 10여 년간 김희애는 확실히 초절정 미녀나 섹시미 패셔니스타의 이미지는 아니었다. 청순하고, 똘똘하고, 연기도 잘 하고, 사회도 잘 보고, 노래도 잘 하는, 야무진 연기자 정도? 그런데 결혼 이후 몇 년 쉬고 나온 뒤 이 여인의 이미지는 오히려 근사하고 멋지고 우아하고, 그러면서도 관능적인 면모까지 뽐내는, 그렇지만 성실한 연기자와 모범주부의 이미지도 놓치지 않는 무적의 배우가 돼가고 있다. 아마도 남성들이 바라보기에는 아름다운 첫사랑의 처녀가 한창 세월이 흘러 만났을 때 혹시라도 외모나 인생살이에서 시간의 중력 때문에 포기하고 바라봐야 할 것들을 모두 즐겁게 배신해주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늙지도 않았고, 인생의 굴곡에 한 풀 꺾인 모습도 아니며, 다시 돌아와서도 여전히 능력 있고, 더 섹시해졌으며, 그러나 터질 듯한 매력과 지나친 자유로움 때문에 뭔가 불안감을 느끼게 만들지도 않는다. 단단히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스무 살 연하남과의 연애라는 극중 역할이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이보다 더한 아내상, 옛 첫사랑 상이 있을까. 그래서인지 김희애의 뉴스에는 남성들의 찬사가 끊이질 않는다.

여자들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주부 커뮤니티에는 늘 ‘가식’ ‘내숭’ ‘속을 모를 사람’이라는 키워드가 이 여인을 따라다닌다. 연기하는 모습에서나 사는 모습에서나 “사람들의 기대나 이목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는 것이 주된 불만이다. 그나마 ‘꽃보다 누나’나 ‘힐링캠프’ 등 드라마가 아닌 다른 채널을 통해 그의 유머러스함과 욱함과 건들거릴 줄도 아는 의외의 면을 보게 됐다고들 말한다. 너무 완벽한 여성을 향한 일반 여성들의 질투라고 할 수도 있고, 또 연기자라고 다 자유로운 영혼의 대변자처럼 살 수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연기를 참 잘한다 싶으면서도 여전히 뭔가 틀 안에 갖혀 있다는 느낌, 자연스럽지 않게 보이기도 한다는 느낌은 그가 고민해 봐야 할 숙제인 것 같기는 하다. 희망적인 것은, 이 여인은 어쨌든 그 틀 안에서는 완벽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든든하게 든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틀 자체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준다는 점이다. 50, 6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가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워너비로 남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되는 이유다.

글 이윤정 칼럼니스트 filmpool@gmail.com 사진 전소윤(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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