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목표의 축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제경기의 회복시점은 예측을 벗어나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당초 74년말쯤에는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은 그후 75년하반기 회복설로 수정되었던 것이며, 다시 지금에 와서는 76년 상반기설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예측의 불확실성 때문에 OECD도 3개월마다 예측을 다시하고 있을 정도이므로 개별국가의 예측과 그에 따른 계획이 실제동향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외의존도가 75%수준에 있는 우리의 경우, 정책의 전제가 되는 국제경제동향이 이처럼 가변적인 한 국내계획도 그에 비례해서 불안정성을 노출시키는 것은 불가피하다.
상반기중의 무역수지동향으로 보더라도 무역계획을 당초목표대로 고수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또 무역계획이 수정되어야한다면, 국내제계획도 당연히 그에 따라서 조정될 수 밖에 없다. 올해의 년간수출목표를 60억「달러」로 잡았으나 상반기중 수출실적은 21억「달러」에 불가한 것이며, 그 때문에 각종 수출지원책을 강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억제정책을 집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실을 고려할 때 무역계획은 어차피 축소조정될 공산이 크다.
알려진 바로는 수출을 52억「달러」로 축소시키는 한편, 수입도 72억「달러」에서 67억「달러」로 줄이는 방법을 정부는 모색하고 있다한다. 무역수지계획의 조정에 따라서 확대되는 국제수지적자폭은 당초 12억5천만「달러」로 잡았던 장기자본도입계획을 15억7천만 「달러」로 늘려 메운다는 방침이라 하므로 이는 남기획의 IECOK총회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구상이라고 일단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제수지적자폭의 확대를 외자도입의 확대로 메워 가는 한, 경상생산활동은 교란되지 않을 것이며, 때문에 단기적인 대응책으로서는 가장 「스무드」한 대응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수지적자의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외자도입으로 메우는 방법에만 계속 의존하는 것이 반드시 적절한 것이라고만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선 적자폭 확대의 기간을 어느 정도로 예상할 것이냐에 대한 예정표를 전제로 해서 외자를 들여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별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예정표를 가지고 계획대로 외자를 들여오고 계획대로 외자를 상환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한 상태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경험으로보아 그러한 예정표는 빗나가는 것이 오히려 상례라고 할 것이며 때문에 애로점을 외자도입 확대로 대응하는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깊이 검토해 볼 여지가 있다.
다음으로 외자도입의 폭을 앞으로 크게 확대해 나간다는 것은 묵시적으로 그에 비례해서 우리의 수출이 장래에도 계속 획기적으로 증대할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가정의 타당성 내지 실현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청된다.
자원파동과 공해증대라는 난제를 내포하고 있는 세계경제가 과거와 같은 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이론이 널리 인정되고 있는 상황으로 보아 세계무역의 상대적 정체속에서 우리만이 획기적인 수출증대를 장기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겠다는 것이다. 끝으로 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근자의 경향으로 보아 이를 반전시키는 계획이야말로 장기적으로는 외자도입이나 수출물량증대 보다도 더 중요한 과제다. 교역조건의 끊임없는 개선이야말로 국제수지균형과 국민후생증대를 직결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원래 국제수지문제는 국내적 노력만으로 단시일안에 해결되지 않는 난제임을 상기할 때 단기응급책의 누적은 가급적 회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단기문제에 대응하는 정책자세를 더욱 가다듬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