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법 제정>
1948년 독립정부가 수립되자 과거70여년 동안 외국 여러나라의 제도를 모방하거나 압력을 받아 시행해온 9개 관세관계법령과 관세율대신 신관세법의 제정을 서두르게 됐다.
초대 세관국장 강성태씨의 회고에 의하면 해방전 조선세관과 만주세관에서 오랫동안 관세행정경험이 많았던 사람들이 중심이 돼서 관세법과 관세율 제정작업을 시작했다.
세관국 신태억·필자 등 두 과장이 실무를 맡고 배경도(일본중앙대 법과 졸) 김동성(경성제대 법과) 박환형(조도전대 법과) 한상준(횡빈전문) 이상택(일본중앙대 법과) 이규승씨(일본공업전문)등이 기초위원으로 위촉됐다.
일단계작업은 영국·백이의·서서·일본·중국 등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관세제도를 비교하여 연구검토하고 관계부처와 은행·상공회의소 등에서 국내산업정보와 통계 등 관세율 책정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관계부처에서는 신통한 자료가 나오지 않았고 산업은행 자료가 비교적 많이 참고가 됐다.
산은자료에서 국내 산업시설이 일정시대에 비해 약 3할 정도밖에 가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서 우선 주요한 힌트를 얻었다. 산업시설을 완전 가동시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경제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내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관세율을 책정할 필요성을 알게된 것이다.
또 과거 9개로 되어있던 관계법령을 종합하여 단일법으로 제정키로 방침이 세워졌다.
9개 법령중 일본이 만주에 괴뢰정권을 수립하고 적용했던 해륙양용관세법이 많이 참고되었다.
왜냐하면 일본이 5년동안 외국 여러나라의 관세제도를 조사끝에 1937년에 만든 이 세법이 비록 괴뢰정권의 것이기는 했으나 지정학적으로 우리실정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관세율 책정에 있어서는 재정수입과 산업보호에 주안점을 두고 연구되었는데 관세대상 품목에 따라서는 두 주안점 사이에 이율배반의 논리에 걸리는 것도 있어서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말이 쉽지 실제로 관세법제정에 참여한 사람들은 격무에 시달렸고 세관국 기좌 이규승씨 같은 사람은 졸도하여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관세법 제정초안의 주요골자는 첫째 남북통일을 전제로 해륙양용관세제도를 만들 것과 둘째 세율은 당시의 물가변동을 고려해서 종가세로 통일시키며 세째 밀수방지를 위해서 상여금제도와 세관관리에게 사법권을 부여한다는 것이었다.
초안은 약 6개월간의 작업 끝에 작성되어 49년7월 법제처에 회부되었다.
법제처에 넘겨진 초안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상여금 규정과 사법권부여 문제였다.
법제처 법제관들은 『세관관리는 국록을 먹는데 별도의 상여금을 준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었고 해방이 된 이 마당에 세관관리에게 사법권을 주면 인권을 유린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를 놓고 잠시 의견이 엇갈렸다.
그러나 세관국장 강성태씨와 성대 법과동기인 법제처장 유진오씨가 직접 절충하여 이 문제는 초안대로 법제처를 통과했다.
관세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1948년8월.
국회의 재경위를 거친 법안은 본회의 3독회를 거치는 동안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
우리 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의정단상이었으므로 국회의원들은 지식자랑 말자랑 하느라고 법안이 나올 때마다 장광설하던 때였다.
장택상 의원(당시 외무부장관 겸임)의 세계견문담과 풍속담, 홍성하 의원의 재정·경제론은 일품으로 통했다.
장 의원은 세율심의 때 양복조끼 주머니에서 금제 회중시계를 꺼내들고 『나는 평생 시계 없이는 못 살아요. 시계는 문화인의 필수품이야! 이것을 사치품이라고 보는 것은 재무당국의 무식한 소치야. 적어도 50%이하로 해야 돼요』하고 그 나름대로의 사치품과 필수품론을 폈다.
관세법안은 국회에 제출된 지 4개월만에 통과되어 49년11월23일 법률 제67호로 공포되어 그날부터 실시됐다.
그러나 국회는 사법권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관세법사건은 타기관에서 임의처리를 못하도록(11개 기관에서 관여했음) 조문을 보완했다.
또 관세율도 약 3백여 품목에 걸쳐 인하 수정되었고 시계는 장택상 의원의 동의로 원안 60%에서 40%로 낮추어졌다.
관세율은 국회에서 인하 수정될 것으로 보고 법안에서는 다소 높게 책정되었는데 대체로 재무부 소망대로 결정된 셈이었다.
2백53개 조문과 1천7백6개 세목의 관세율이 담긴 종합단일관세법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홍성하 국회 재경위원장과 유진오 법제처장의 공이 컸다.
국회의원들이 질문공세를 펴는 경우 두 분은 적극변호에 나섰던 것이다.
관세법이 공포된 날은 세관국장 강성태씨가 취임 1주년 기념일이기도 해서 필동에 있던 강 국장집에서는 축하파티가 있었는데 세관국의 젊은 과·계장들이 너무 흥겹게 놀다가 힘깨나 쓰던 배경도 과장이 부산세관장 한보용씨를 손으로 번쩍 들어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계속>계속>관세법>
(1371) 제46화 세관야사(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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