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엔「대응」보다「예방」이 더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해는「6·25」동란이 발발한지 꼭 4반세기가 되는 해다. 53년「7·27」휴전으로부터도 22년이 지났다. 「6·25」당시에 비해 우리의 군사력이 질과 양적인 면에서 막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군사력을 시간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상대적인 평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현시점서의 우리 군사력과 북괴의 그것을 비교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동반경 전진적 전환을>
이런 관점에서 나는 전쟁위험에 대한 두 가지「모델」을 생각한다. 그 하나는 군사력과 경제력과의 관계이다. 우리가 경제력을 군사력보다 우위에 두어 온데 반해 북괴는 군사력을 더 중시해 왔다. 이로 인해 경제력은 우리가 저쪽보다 3배 이상 성장했지만 군사력은 북괴가 부분적으로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다시 말해 전쟁의 칼자루를 저쪽이 쥐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전략개념상의 행동반경이 불리하다. 현상(혹은 기점)을 영으로 잡았을 때 북괴는「공격」즉「플러스」방향으로 행동반경을 설정한데 비해 우리는「방어」즉「마이너스」방향의 목표라 할 수 있다.
북괴는 공격을 가한 후 동결로 새로운 원상설정을 기도할지 모른다. 이렇게 볼 때 손익계산상 한쪽은 져 봤자「현상」이고 한쪽은 이겨 봤자「현상」일 것으로 판단하기 쉽다.

<전쟁억제엔 보복능력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것은 저쪽이 군사력을 해체하든지 우리가 행동반경을 후진적인데서 전진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북괴의 공격적 군사력 해체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보복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7·4」남-북 공동 성명으로부터「6·23」외교선언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평화적 노력을 다른 표현으로 바꾸면 저쪽의 군사력 해체에 뜻이 있었던 것이라 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한 희망은 사실상 좌절되고 말았다.
여기에서 명백해진 것은 보복능력을 갖춰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53년의 휴전을 우리는 종전으로 인식했으나 저쪽은 새로운 전쟁의 시작으로 받아들였다.

<「대응」엔 큰 대가 치러야>
그래서 전후 복구를 새로운 전쟁체제에 맞춰 공장들을 소산하고 지하로 잠입시켰던 것이다. 즉 북괴 군사목표의 2대 특징은 잠입과 소산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경제적 효율에 치중한 나머지 공장들을 집중, 노출시켰다.
나는 울산공업단지를 반대했었지만 그 당시 전쟁위협이 심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러한 관계도 북괴의 전쟁유혹 요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라도 보복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즉 주도권을 장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까지의 우리 입장은 저쪽에서 표현된 행위에 대해 대응책만을 강구하는 것이었다. 예방의학이 아니고 대중요법에 치중했다는 얘기가 된다. 대응책에는「시차」가 다르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1·21」무장공비사건 후에 향토예비군을 만든 것이라든지, 최근에야 민방위조직을 계획한 것은 모두 뒤늦은 정책에 속한다.
이제 모든 것을 국가안보 면에서 재검토해서「이니셔티브」를 잡도록 해야 한다.

<주도권 잡을 잠재력 있다>
주도권을 잡을 만한 잠재력이 우리에게는 있다. 인구가 2배, 경제력이 3, 4배이며 복지경제가 북괴보다 최소한 10년은 앞서 있으며 국제적 기반도 개방사회로서의 특징 때문에 월등히 유리하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전쟁억제력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
그러나 군사력은 알맞고 효율적이어야 한다. 얼마가 적정량인가 하는 것은 필요하고도 충분한 보복능력에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군대에 기동성·타격 성·유연성·융통성 등 4대 요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군대가 되면 서울을 위협할 경우 평양의 심장부에 보복할 수 있고 휴전선을 위협할 때 평원 선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김일성이가 이런 능력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미국이 우리와 더불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결의를 하지 않으면 전쟁을 방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를 하고 싶다. 우리는 6·25의 재발을 막을 각오와 태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