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약초재배(2)<모란 성공사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엇보다도 수익성이 높아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어 모란재배를 권하고 싶다.』 충북 제천군 봉양면 왕암리 황건환씨(45)는 모란재배 성공 농가로 전국에 알려져 해마다 각지에서 찾아오는 20여명의 방문객들에게 이렇게 말해왔다.
황씨가 모란재배에 손을 댄 것은 지난 64년 가을 조상 대대로 길러 내려오던 50여 그루의 모란 묘를 집 앞 5백평의 밭에 분주시킨데서 비롯됐다. 4년 뒤인 68년에는 70만원의 첫 소득을 올려 재배확대를 서둘렀다.
첫 재배에 성공한 황씨는 다시 1천5백평의 터밭 가운데 7백평을 잘라 자체 생산한 종근 5백 그루(평당 7그루 꼴)를 심어 지난 73년에 1백40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올 가을엔 3백평에서 1백 만원의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는 것.
7백평에서 1백50만원의 수익을 올린 황씨의 경우 종근을 자체 생산했기 때문에 종근을 심어 캐기까지 5년 동안 인건비(남녀 80명 정도) 6만 여원과 비료대 2만5천원(연용성인비·질소질비료 3∼4부대), 퇴비값 8만 여원(연 4t), 약제값 6천원 등 영농비 17만 여원 정도를 빼고도 해마다 순수익은 평당 3백80원꼴이나 돼 밭농사의 연평균 수입 1백원 선에 비해 2.8배 정도나 많은 이익을 본 셈이다. 또 종근을 구입해 심을 경우에도 최고 상품 값인 그루당 3백원씩을 빼고 나도 2.3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황씨의 계산-.
이 같은 높은 수익을 올리려면 무엇보다도 『한 그루 한 그루와 대화가 될 정도로 평소의 보살핌이 필요하며 비배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이 석씨가 간직하고 있는 재배비결이다.
모란을 심으려면 밭 마련은 가능한 한 집 가까운 곳의 사질양토나 부식토를 선정하고 물이 잘 빠지는 「터밭」이 관리가 편리하다는 황씨의 말이다.
심을 때의 품종선택은 가장 유의해야할 과제인데 꽃 색깔로 보아 황씨는 구하기 쉬운 자목을 재배해 왔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백목이나 황목·흑목 등이 관상용으로 비싸게 팔리기 때문에 약재로 팔리는 자목보다 앞으로의 전망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심을 때는 평당 5그루가 이상적이나 약용으로만 팔려고 할 때는 평당 7그루 정도 심는 것도 괜찮다.
이렇게 심어진 모란은 뿌리위주의 익재이기 때문에 심을 때의 밑거름은 콩깻묵·닭똥·재 등 인산질 비료를 많이 주어야 하는 점이 일반 약초와 다튼 특징중의 하나다.
심은 뒤의 관리는 다른 농사에 비해 잔손질이 많거나 번거롭지가 않다.
1년에 3∼5회 정도 김을 매주고 2번 정도 「다이젠·M」등의 약제살포로 병충해를 예방하며 처서 무렵(8월말, 9월초)이 되면 지상의 모란을 비교적 밭 표면에 가깝게 잘라주고 난 뒤 흙이나 거름으로 2∼3㎝두께로 덮어주고 봉(한식 무렵)엔 요두를 다치지 않도록 다시 헤쳐주는 일이 거의 전부.
그리고 웃거름으로 봄엔 완숙퇴비를, 가을엔 생짚 등 반숙정도의 퇴비를 뿌리고 가능하면 한 두 차례에 걸쳐 용성인비 등 븍합비료나 질소질비료 각각 l∼2부대 정도를 뿌리면 더욱 좋다는 것.
모란을 캘 때는 9월께가 좋은데 대부분 다음의 종근 채취와 시장성 등을 고려해 5년생(심은지 4년)을 수확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뿌리가 손상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인부를 넉넉히(7백평 규모는 연 30명)두어 깊게 그루턱 주변을 파낸 뒤 지렛대 등을 이용해 그루째 드러내어 뿌리를 가려내는 것이 효과가 좋다.
또 이를 갈무리할 때는 관리하기 좋은 규격으로 잘라 목질부를 빼내고 건조실 등에서 단시일 안에 말려야 하는데 이때 잘못 말리면 모란뿌리가 검게 변질되는 수도 있어 제값 받기가 어렵게 되기 쉽다.
시장으로 모란을 낼 때는 굵은 것과 잔뿌리 등을 가려서 팔되 일반상인에게 캐지도 않은 모란을 세워놓은 채 밭 단위로 그냥 팔아 넘기는 것은 금물이다.
황씨의 모란재배 성공으로 이 마을 60여 가구 가운데 40여 가구에서 1만 여평을 재배하는 등 모란재배「붐」까지 일어 권기현씨(50)등은 l천5백 여평의 모란 밭을 가지고 있다.
황씨는 『약초집산지인 제천지방에 가공공장이 세워져야 약초재배농가가 생산한 약재를 제값에 팔 수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제천=최근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