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女 출연자 "너무 힘들어…" 남긴 메모 12줄 내용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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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

5일 오전 1시30분 제주 서귀포시의 한 펜션. SBS ‘짝’ 출연 여성 2명이 방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밤 늦게까지 제작진과 회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 중 한 명인 전모(29)씨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룸메이트인 김모(29)씨가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대답이 없었다. 문은 잠겨 있었다. 김씨는 PD에게 연락했다. 달려온 PD가 화장실 문을 따고 들어간 게 오전 2시15분쯤. 김씨는 높이 1.8m 화장실 샤워 고리에 헤어드라이어 전깃줄로 목을 맨 상태였다. 119 구급대가 오는 동안 의사 출연자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등 응급조치를 하고 병원으로 옮겼으나 김씨는 숨졌다.

화장실에서는 “너무 힘들어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고 적힌 노트가 발견됐다. 경찰은 일단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제작진과 출연진을 불러 조사 중이다. 서귀포경찰서 강경남 수사과장은 이날 오후 3시30분 중간 수사 브리핑에서 “전씨가 사망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CCTV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수사과장과의 1문1답.

-노트에 어떤 내용이 있나.
“일기 같은 것이다. 맨 마지막 장에 유서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너무 힘들어 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등 12줄이다.”

-‘짝’에 대한 얘기는 없나.
“출연자에 대한 건 없다. PD가 많이 배려해줬다는 내용은 있다.”

-촬영하면서 어떤 일이 있었나.
“조사 중이다. 전씨는 촬영 초반부에 인기가 높았다. 호감을 가진 남성 출연자도 있었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인기가 좀 떨어졌다고 한다.”

서귀포에서 촬영한 내용은 이달 말 방송 예정이었다. 하지만 SBS는 이를 방영하지 않기로 했다. 짝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할 것인지도 검토 중이다. SBS는 이 날 사과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함께 출연해주신 출연자 여러분들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드리게 된 것에 대해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후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주=최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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