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유실수 성공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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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밤나무를 심어 성공하자면 밤에 대한 인식부터 고쳐야 합니다. 근래에 와서 많은 사람들이 밤 재배에 착수했으나 70∼80%가 망하는 이유는 밤이란 심기만 하면 따먹을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 때문입니다.』
6만여평에 밤나무를 심어 성공, 『밤의 아버지』로 알려진 경기도 안성군 안성읍 성남동l27 전준기씨(57)의 첫말이다.
안성군 서운면 중리 서운산 기슭 6만여 평에 펼쳐진 전씨의 율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밤나무 숲이 아니라 곱게 정돈된 과수원.
밤나무라기보다 차라리 복숭아·배·사과나무를 착각하리만큼 곱게 가꾸어놓은 5∼7년 생 밤나무 6천8백 그루가 꽉 들어차 있다.
전씨가 밤나무 재배를 시작한 것은 68년―. 다른 유실수보다 재배가 비교적 쉽고 퇴직 후 생활보호책으로 적당하다고 본 것이 착수 동기.
일본으로부터 도입한 「쓰꾸바」 3천6백 그루를 비롯, 「모리와세」, 「아리마」, 「에마기다」, 「단자와」, 「아까쥬」 등 우수 품종을 택해 72년까지 3년간 심었다. 4년이면 수확이 가능한 이 개량종 밤은 밤알 크기가 작은 계란 크기에 달해 3백50알이면 10ℓ(1되)가 되어 높은 수익을 가져온다고.
73년에 1백60가마를 수확했으며 올해에는 3백 가마를 예상하고 있는데 l말(10ℓ)에 2천5백원(74년 가격)씩 쳐서 모두 7백50만원.
이 중 경비 3백만원을 빼면 순수익은 4백50만원이나 된다.
전씨의 꿈은 심은지 10년이 지나는 3년 후에 있다.
밤의 최성수확기는 10년으로 이 때부터 한 그루 당 10ℓ의 수확이 가능, 74년 시가로 따져도 총수익은 1천7백만원으로 보고있다.
경비는 과수원식 재배이기 때문에 일반 산지재배보다 40% 정도 더 들지만 1년간 순수익은 줄잡아 1천여만원이 가능하다고 장담하고있다.
결국 10년 후면 그루 당 1천5백원의 순수익이 가능하다는 계산.
전씨가 밤나무 재배에 성공한 데는 끈질긴 노력과 정성이 뒤따랐다.
그의 비결(?)을 들어보면―. 심기 전에 정신자세부터 바로잡아 어린애 키우듯 잘 가꾸어야 한다고.
심기에서부터 풀베기·거름주기·병충해 예방·가지치기·솎아주기 등등―.
재배적지는 흙살이 좋은 땅을 택하되 동북쪽·동남쪽 또는 동쪽이라야 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거름주기로 수확기에만 줄 것이 아니라 나무가 어릴 때부터 준다.
비료는 금비보다 퇴비를 많이 주어야 하는데 전씨는 74년에 퇴비 약 2백t, 금비로 요소 70부대, 중과석 65부대, 염화가리 30부대를 주었다고. 1년에 그루 당 퇴비 20㎏, 금비 1.2㎏씩 준셈.
풀베기는 연간 3회를 하여 모두 퇴비를 만들어 쓰고 병충해 예방소독은 5∼10회가 필요한데 전씨는 잎이 나오기 전인 2월부터 시작, 7월까지 매달 1회씩, 밤송이가 열린 8∼9월까지는 2회씩 했다.
이밖에 가지치기도 매년 1회씩 했다.
현재 안성군 농촌지도소장직에 있는 전준기씨는 그의 밤나무 재배가 성공하자 요즘에도 전국에서 매월 20여 통의 재배기술 문의편지가 날아오고 있다는데 그럴 때마다 꼭 회답을 보내준다고. <안성=김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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