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업체의 딴죽 … 경유 택시 언제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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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에서 운행 중인 경유차는 700만 대가 넘는다. 그런데 경유 택시는 거의 없다. 전체 택시의 98.6%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쓴다. 지난해 택시 파동을 겪으며 정부는 LPG 택시뿐 아니라 경유 택시에도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경유 택시가 설 자리를 만들어 LPG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행은 2015년 9월에나 가능하다. LPG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E1 등이 대기오염 등을 문제 삼으며 경유차 확대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경유차가 환경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각종 오염물질을 감안할 때 경유 차량의 환경비용은 연간 68만7639원이다. 반면 LPG 차량은 연간 환경비용이 74만4003원으로 분석됐다. 세간의 인식과 달리 LPG차가 경유차보다 8.2% 환경 부담 비용을 더 치러야 하는 셈이다.

 또 한국기계연구원이 대구에서 실제 주행 테스트를 한 결과, 경유차는 LPG차보다 우수한 경제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100㎞를 주행할 경우 경유 차량의 연료비는 1만1409원이었고, LPG 차량의 연료비는 1만3785원으로 나타났다. 6년간 차를 몬다고 가정하면 경유차의 연료비가 LPG보다 371만원 적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경유차를 오염의 주범으로 모는 것은 잘못”(정동수 전 한국기계연구원 그린카연구센터장)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E1 등은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국내 시장에서 경유차는 대세가 됐다. 지난해 새로 등록한 차량 중에서 경유차(67만2025대) 비중은 43.5%에 달했다. 경유차 비중이 휘발유차(65만6128대, 42.5%)를 추월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비도 좋고 배기가스 저감 기술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경유차는 환경 기준이 깐깐한 유럽에서 통용되는 ‘유로 5(㎞당 일산화탄소 배출량 500㎎ 등)’ 기준을 충족한 차들이다.

 택시업계가 경유 택시 활성화를 요구하는 데는 LPG 가격이 너무 많이 오른 점도 작용한다. LPG 가격은 최근 5년간 32%나 올랐다. 2009년 1월 L당 850.26원이었던 LPG 가격(차량용 충전소 가격)은 지난 1월 L당 1121.92원까지 올랐다. 이성운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기획실장은 “LPG 업체가 독과점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결정 체계가 불투명하다”며 “소비자가 아니라 공급업체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E1 관계자는 “국제 가격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E1의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338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63%나 줄었다. 그러나 E1은 최근 공시를 통해 주당 2000원을 배당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당액은 1600원이었다. 총액으로 따지면 배당금이 90억원대에서 115억원으로 늘어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대주주 등 특수관계인에 배당된다. E1 측은 “주가가 하락하면서 배당이라도 늘려달라는 소액주주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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