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시설의 노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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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가경제의 중요한 동맥인 철도시설이 낡아 그 기능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 발착이 잦고 안전도마저 위험시되고 있다. 철도는 국가의 산업동맥인 만큼 채산성을 어느 정도 희생시키더라도 항상 최신의 설비와 안전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나 우리나라 철도는 그 동안 누적된 적자 운영으로 심한 노후화 현상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것이 숨길 수 없는 실정이다.
철도청에 따르면 시설물의 평균 20% 이상 내구연한을 초과하였기 때문에 이의 대체작업이 시급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금년도 시설대체 예산은 70억 원 밖에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예산으로는 고작 5∼10%의 개량만이 가능하며 이로써는 현상유지나마 제대로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 동안 걸핏하면 경부선의 복 복선화를 비롯하여 호남선·전라선 등의 복선화 구상 등을 남발한 바 있으나 현실은 기존노선의 보수유지조차 힘드는 실정임을 이로써 알 수 있다.
정부가 철도를 운영하면서 이처럼 관리를 방만하게 하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경부고속도로나 호남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 등 도로개설 사업이 눈부셨는데 반하여 철도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재정투자의 선후관계를 고려치 못한 결과임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이다.
물론, 나라에 따라서는 오늘날 철도가 심히 사양화되고 있는 곳도 없지 않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자동차와 비행기의 발달로 일찍부터 사양화가 진행됐었다. 그러나 석유 한 방울 나오지 않는 한국에서는 대중운반 수단인 철도야말로 가장 필요하고도 중요한 전략노선인데도 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하루속히 시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철도는 경영합리화와「서비스」개선을 통하여 고속「버스」나 고속화물「트럭」등과도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정치적 고려에 의한 적자노선은 이를 과감히 폐선하고 그 철도부지는 도로 화하여 포장함으로써 시외「버스」를 운영케 하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산간지대라든가, 승객이 많지 않은 적자노선에는 철도청이 철도「버스」를 운영하여「서비스」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제도의 도입도 연구해 볼 만한 일일 것이다.
철도가 비행기나 고속「버스」와 경쟁하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서비스」개선이 그 전제가 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철도는 우선 안전제일주의를 확고히 다진 다음에 고속열차나 전철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한편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철도가 사영 화되고 있는데 진정한 민영화가 이룩될 수 있다면 이것도 연구·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도로공사라든가 한전 종합제철과 같은 중요한 기간산업도 민영화하고 있는 이즈음 철도라고 하여 민영화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정부는 철도수송의 중요성을 더욱 투철하게 인식하여 집중적인 투자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영 화하여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예산타령만 능사로 하지 말고, 경인선 전철이나 경수선 전철 등을 보다 자주 운행하여 승객을 유치함으로써 서울의 과밀인구를 지방에 분산하는데 까지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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