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축「케이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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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부간의 동축「케이블」이 개통되었다. 교 통로로 치면 전파의 고속도로가 뚫린 셈이다. 이「케이블」은 동시에 최고 7천6백80통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종래의 「마이크로웨이브·시스템」은 주파수가 높지 않아 다수통화로의 구성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다. 그러나 동축「케이블」의 경우는 그 주파수가 「제로」에서 몇「메가」(백만 단위)에 이르기까지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TV중계에도 편리하다.
가까운 일본은 이런 동축「시스템」이 전국적으로 퍼져있어 어디서나 TV의 중계가 수월하다.
통신로는 교 통로 못지 않게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인공위성에 의한 TV의 우주중계가 가능해지면서「지구시민」이라는 말이 등장했었다. 지구의 시민이 공동의 관심사에 공동으로 지역을 초월해서 참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폴로」11호가 월 세계에 착륙하는 광경을 5억의 인구가 동시에 시청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좋은 예이다. 그들은 문명의 극치에 함께 참여하고, 함께 평가할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수의 인류가 동시에 공동으로 어떤「이벤트」에 참여한 일은 역사상 없었다.
비단 과학의 세계만이 아니고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그것은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이루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명은 반드시「최선」만은 아니다. 모든 의약품이 스스로 그에 상응하는 부작용을 갖고 있듯이 문명도 독소를 품고 있다. 전화는 편리를 제공하지만 도청을 당하는 맹점을 갖고 있다. 편리의 목적보다는 그것을 악용하는 역기능이 숨어 있는 것이다.
전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령 방해전파와 같은 것은 문명을 선용하는 태도는 결코 아니다. 인공위성의 개발은 미지의 우주를 인문의 세계로 끌어들였지만 다른 한편에선 그것이 인류 살육의 가공할 무기로써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제는 인간의 행복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 문명인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설과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편중 사용되거나, 하물며 국민전체의 복지향상과 별 관계없이 사용됨으로써 때때로 깊은 회의를 자아낸다.
전화의 경우를 생각해도 그렇다. 장거리는 고사하고 같은 시내의 통화를 위한 전화는 아직도 기근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명의「언밸런스」가 바로 동축「케이블」과 전화기근 현상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화는 행정에 있어서도 빼놓을 수 없는 요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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