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 부인 각료 그만둬야 아베도 그대로 계승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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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도미이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12일 아시아 국가가 일제 침략으로 입은 피해를 사과했던 자신의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해 “담화를 부인하는 각료가 있다면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초청으로 방한 중인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담화를 계승한다고 표명한 바 있다. 그대로 실행할 것으로 믿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일본에선 국민 전체가 (담화 부정을)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로 아베 총리가 어떻게 말하든 총리로서 그 담화를 부정할 수는 없다”며 “이 점에 대해선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독일은 대통령이 폴란드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고 독일 국민 전체가 전쟁을 반성한다는 게 증명됐다”며 “담화는 그에 필적할 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0년 12월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찾은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유대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던 전례를 거론한 것이다. 그는 “(1995년 8월) 담화를 발표할 때 만일 부결되면 사퇴하겠다는 각오였다”며 “발표 후 일본 내 일부에서 ‘매국노’라는 비판까지 들었지만 누가 매국노인지 묻고 싶다. 담화는 일본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일본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놓고) 여러 이상한 망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정말 부끄럽다”며 “(일본) 국민 대다수는 ‘왜 이상한 말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분이 많이 있고, 전체적으론 우리가 나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한국 국민들이 이해해 달라”고 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양국 간 난제를 해결하려면 하루빨리 한·일 정상회담이 실현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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