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서울시장, 대선 불출마 서약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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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최고위원(오른쪽)이 새누리당에서는 처음으로 11일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이날 선언식에서 이 위원은 “경제혁명을 일으키는 첫 서울시장이 되겠다”며 “시장 자리를 대권 디딤돌로 이용하는 정치시장에게 빼앗긴 서울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정몽준 의원. [뉴시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가장 먼저 링에 올랐다. 6·4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11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출마선언식. 단상 위 화면엔 ‘?’ 하나만 표시돼 있었다. 이 최고위원이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발전은 ‘왜’라는 창의적 의문으로 시작한다”며 운을 뗀 이 최고위원은 “결국은 경제. 그래서 이혜훈”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임기 중 대통령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대국민 서약을 해야 한다”며 “지키지 않으면 영원히 정치판을 떠난다는 서약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몽준·김황식 등 당내 경쟁자뿐 아니라 박원순 현 시장을 겨냥한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뜻하는 박심(朴心)이 작용한다는 설에 대해선 “박심 마케팅은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선거 필패를 가져오는 해당행위”라며 “권력자의 낙점을 바라고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행동하는 후보는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선언식에는 김무성, 정우택, 유기준, 유승민 등 현역 의원이 30여 명 나왔다. 정몽준 의원과 경기지사 차출대상인 남경필 의원도 참석했다.

 프레젠테이션을 유심히 지켜보던 정 의원이 자리를 비우자 기자들도 우르르 따라나갔다. 그는 출마를 묻는 질문에 웃으며 “지금 생각하고 있다. 이 최고위원이 준비를 많이 해서 나도 출마선언을 하려면 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심 논란에 대해선 “청와대를 얘기하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청와대에도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박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기동창이고 대선 때 선대위원장을 했던 사람”이라며 “앞으로 언론에서 나도 친박이라고 써주면 얼마나 좋겠냐”라는 뼈있는 말을 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인 김황식 전 총리는 이날 미국으로 출국했다. 4월 18일 문을 여는 버클리대학 한국법센터의 수석 고문 역할을 위해서다. 그는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냉철하게 판단해 새누리당 선거전략에 차질이 없도록 빠른 시간 내에 (출마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달에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출마 결심을 하면 적절히 (일정을) 조정해 돌아오겠다”며 조기 귀국 의사를 비췄다. 친박계 지원설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 박 대통령도 정치적 중립과 선거의 공정관리를 위해 그런 생각을 안 하실 것”이라고 부인했다.

 최근 리얼미터의 여권 후보 3자 적합도 조사에선 정 의원(31.9%), 김 전 총리(26.3%), 이 최고위원(5.4%)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양자 대결에선 김 전 총리(38.3%)와 정 의원(35.6%)의 순위가 바뀌었다. 이 최고위원은 “완주하지 않을 거라면 출마하지 않았다”며 “인지도 조사인 현재의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정 의원은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뒤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1월 첫 주만 해도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정 의원은 9.6%를 기록하며 24.4%인 안철수 의원은 물론 같은 당 김무성 의원(11.8%)에게 뒤졌다. 그러나 1월 3주차엔 11%로 김 의원(9.6%)을 제치고 여권 1위로 올라섰고, 2월 첫 주엔 14.6%를 기록하며 민주당 문재인 의원(13.7%)을 제치고 전체 2위로 올라섰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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