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박완수 돕겠다" … 홍준표 "보온병 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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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탕 개싸움을 얌전하게 표현한 말로, 볼썽사납게 싸우는 걸 말한다. 실제 정치판에서 개를 주제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진 적이 있다. 2010년 7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선출을 놓고서다. 당시 1, 2등을 다투던 홍준표(현 경남지사) 후보와 안상수(전 한나라당 대표) 후보 간 TV토론에선 이런 얘기가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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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후보=“안상수 후보는 신한국당 국회의원이었을 때 옆집 개가 짖는다고 2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안 후보=“참 묘한 것도 조사한다. 우리 애가 고3인데 옆집이 개를 10마리나 키워 옮겨달라고 사정했는데 안 됐다.”

 두 사람은 ‘유명 검사→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 입문→4선 의원’이란 공통 이력서가 있다. 홍 지사(60·고려대)는 1993년 슬롯머신사건사건을 맡아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졌고, 안 전 대표(68·서울대)는 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당직검사로 이름을 알렸다. 유년은 가난했고, 대학 땐 학생운동을 했던 전력도 비슷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당 대표(안상수 2010년 7월, 홍준표 2011년 7월)와 원내대표(홍준표 2008년 6월, 안상수 2009년 5월)를 지냈고, 19대 총선에서 홍 지사는 낙선했고, 안 전 대표는 낙천했다 .

 그러나 둘은 가깝게 지내지 않았다. 검사 때는 일면식도 없었고, 정치인이 돼선 1998년 당 대변인 자리를 놓고 붙은 이래 줄곧 경쟁을 해왔다. 그 정점이 2010년 전당대회로, 이후엔 앙숙이 됐다. 서로 “홍준표는 저돌적이고 일을 산만하게 한다는 평가가 있다”(안상수)거나 “신중한 분이 불교계 외압(봉은사 직영 전환) 발언으로 수첩에 ‘말조심’이라고 써놓고 다니나”(홍준표)라며 펀치를 날린 적도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당시 최고위원이던 홍 지사는 안 전 대표가 병역 미필인 점을 빗대어 “안보라인의 병역면제자를 정리해야 한다”고 압박했고, 설상가상으로 안 전 대표가 연평도를 방문했다 보온병을 포탄으로 착각하는 일도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경남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묘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3개월 동안 경남도를 훑으며 민생탐방을 했다. 이를 놓고 “안 전 대표가 경남지사 선거에 나갈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그랬던 안 전 대표가 6일 “고향 발전을 위한 꿈을 실현하는데 경남도지사든, 창원시장이든 자리가 문제가 될 것 없다”며 창원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완수 창원시장을 밀기로 했다. “도지사에 대한 도전은 부드러운 지도력을 가지고 도정에 전념하면서 경남을 발전시킬 역량을 갖춘 박완수 후보에게 넘기기로 했다”고 박 후보를 치켜세웠다. ‘안상수+박완수 연대’로 홍 지사 압박에 나선 것이다.

 창원시장에서 사퇴한 박 후보도 이날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그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 경남 주민, 그리고 새누리당에서 이번 도지사 선거에서 바로잡아야 할 최우선 과제가 진주의료원 사태”라며 홍 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박 후보는 2012년 보궐선거 때 홍 지사와 겨룬 적이 있다. 당시 홍 지사(3024표), 박 후보(2788표), 이학렬 고성군수(532표) 간 3파전 속에 홍 지사가 236표 차로 후보가 됐다.

 홍 지사는 ‘안상수+박완수’ 연대를 “보온병 연대는 시대착오적인 정치행태”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1 더하기 1을 100도 만드는 것이 정치지만 보온병 연대는 오히려 마이너스 연대가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안·박 연대가 찻잔 속의 태풍 그 이상일 것이란 시각도 적잖다. 인지도가 낮은 박 후보가 안 전 대표의 지지를 업으면서 시너지가 생길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경남 지역 의원은 “당 대표를 지낸 안 전 대표가 시장으로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안 좋지만, 박 후보를 모르던 이들이 주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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