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해질「제급 협상」-김의택 당수대행 등장 따른 신민 당권 경쟁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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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의 당권경쟁은 김의택 당수권 대행의 출마가 확실해짐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김 대행의 출마기반은 진산 계 신도환계 중간파. 따라서 이러한 중간세력을 흡수대상으로 의식했던 신민당의 당권경쟁은 새로운 동인에 따른 제휴·조정·후퇴 등의 변화를 맞게됐다.
『당권경쟁에 나서지 않겠다. 안분신무욕 기기심자한(분에 맞아야 욕됨이 없고 때를 알아야 마음이 스스로 편하다)이 아니겠느냐.』 『당권경쟁이 과열돼 당의 앞날이 걱정된다면 모르지만 현재로는 백지상태다.』
당내 일부의 당수추대 움직임에 대한 김 당수 대행의 반응은 열흘전과 지금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김씨의 당초 도전결심엔 진산계 외에 중간파의 권유가 큰 몫을 한 것 같다.
김원만 정운갑 김향일 박영록씨 등 중간파는 아직 공식으론 당수문제에 의견을 통일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미 경쟁에 나선 네 사람이 아닌 김의택·정일형씨 선에서 택일할 것 같고 김원만씨가 김씨와 가까운 권중돈 조일환씨와 접촉하는 등 정씨와 가까운 중간파 사람들이 김씨에 호의적인 신호를 보내 온데서 힘을 얻었으리라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은 진산 계 안에서는 주저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중간파 역시 개인간 이해가 상충돼 결속될지엔 문제가 많다.
김의택씨 경합에 민감한 쪽은 고흥문계. 이제까지와 같이 4파전을 벌일 경우 구심점이 없는 진산계를 가장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 고씨였다. 김의택씨가 당수후보에 나설 경우 이 기반이 흔들릴 것이다.
이철승씨 측은 이런 움직임에 관계없이 조직점검을 계속하라는 지령을 지방에 내렸다는 얘기다.
정해영씨 측은 조직점검을 계속하면서 자원 우면 중이고.
김영삼씨 계만은 비교적 담담한 반응이다. 원래 지방대의원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움직임에 별 영향이 없다는 판단인 듯 하다. 오히려 오랜 숙제였던 고씨 측과 제휴할 계기로 기대하는 눈치다. 지난 26일 김씨와 고씨 측의 이중재 의원이 만난데 이어 27일엔 이 의원이 김씨계의 김동영 의원과 제휴를 모색했다. 원래 한 계파였던 김·고씨의 연합가능성은 좀더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김의택씨의 출마를 촉진하는 요소로 진산계에선 4주자의 과거 진산 노선에 대한 비판을 둔다.
그런 점에서 김씨는 진산의 노선과 유지계승을 출마의 제1 이유로 내세울 것 같다.
그러면 당권경쟁 양상은 당의 지도노선과 정책논쟁의 성격을 띨 전망이다.
현재까지의 4자 경쟁은 당수경합에 나서지 않은 당 집행부가 버티고 있어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됐다.
각파의 이해가 부닥치는 당헌심사특위와 조직정비강회특위의 인선이 김 당수 대행에게 전적으로 맡겨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김 대행의 출마결심으로 이런 조정세력은 당에서 사라졌다.
벌써부터 고씨와 이씨 측에선 『조직정비강화특위를 중립적인 사람으로 구성한다고 자기들 측 일색으로 해놓은 뒤 경쟁에 뛰어든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대행을 추대하는 연합세력은 집단지도체제를 내세워야 할 소지가 있고 다른 세력들도 제휴와 조정의 방편으로 이 가능성을 검토할지도 모른다.
전당대회까지는 3개월, 이 기간 조직점검을 바탕으로 5파전은 그 가닥을 줄일 것이다. 김의택 정해영 김영삼 고흥문씨가 둘 정도로 제휴하거나 후퇴하고 이철승씨가 남는 3파전 또는 2파전이 될 공산이 크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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