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궁지에 몰린 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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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런던9일AP합동】제2차 세계대전 후 계속 하강하기 시작했던 영국의 지위는「에너지」위기·탄광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의 파업위협·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 등 제반요인 때문에 74년 기록적인 하락을 면치 못할 것 같다.
탄광노조의 파업을 막고 강력한 정책을 밀고 갈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에드워드·히드」수상이 8일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28일 총 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탄광노조는 파업으로 「히드」수상정부와 맞서고 있다.
특히「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주3일 취업 제는 각종 산업에 걸쳐 생산량을 급격히 감소시키고 있어 영국의 경제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파운드」화의 구매력은 지난 1년 동안에 2%이상 떨어졌으며 물가는 13%나 상승했는데 여기에 노동자들의 파업까지 겹치면 영국의 전 산업은 금년 봄까지 거의 마비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현 집권당인 보수당이나 야당인 노동당도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묘안을 갖고있지 못하다는 데 바로 영국의 고민이 있다.
영국정부의 최고경제정책입안자인「로드차일드」경은『1월중의 경제지수 하나만 가지고 평가하더라도 영국은 금년에 전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사태는 더욱 어둡다』고 경고하면서『영국은 이제 과거의 영광에서 탈피,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다면 1980년대에 가서는「유럽」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당면한 문제로서 28만의 탄광노조의 파업은 이 나라 전력생산의 70%를 점하고 있는 석탄생산의 중단을 초래하고 전 산업이 마비위기를 맞게되는데 현재의 석탄재고량도 수년내의 최저수준에 있다.
「에너지」절약을 위해「히드」수상의 보수당정부가 실시중인 주3일 취업 제는 영국에 매월 22억「달러」의 손해를 안겨주어 거의 모든 업계가 파산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히드」수상은 만일 탄광노조의 임금 인상요구를 들어줄 경우 다른 모든 노조에까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확대되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일어날 것이며 이 같은 혼란은 탄광노조의 파업에 따른 손해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탄광노조 측에서 본다면 그들이「유럽」제국 중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물가상승으로 인해 사실상 실질임금이 저하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의 주장이 모두 일리를 갖고 있다.
탄광노조의 파업여파는 ①산업생산감소 ②실업률증가 ③무역적자 ④「인플레」⑤「파운드」화의 가치하락을 몰고 올 가능성이 짙다.
물론 「아랍」산유국들의 원유가 인상은 서구·「아시아」및 북「아메리카」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영국이 받는 타격은 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
생존하기 위해 식량의 50%, 자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영국으로서는 원유가격의 상승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영국 탄광노동자들은 현재 과외시간근무를 할 수 없게 되어 매월 약2백40「달러」의 수입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는 탄광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에도 석유수입을 늘려 발전이 중단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나 이번 경우에는 영국정부가 석유를 충분히 수입할 수도 없고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난관에 부닥쳤는데 탄광노조 측은 바로 이런 정부의 약점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3일 취업제로 영국의 철강생산량은 이미 4분의1이 감소되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자동차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탄광노조의 파업까지 겹쳐 영국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어려움에 처해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는 보수·노동 어느 정당도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데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경제문제를 쉽게 해결할 묘안이 없어 영국이 이 난국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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