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사태의 정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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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여야협상의 타결에 따라 정상화된 국회에서는 21일 우선 문공위원회가 최근의 학원사태에 대하여 주목할 만한 정책질의를 전개했다.
답변에 나선 민 문교는 그 동안 간헐적인 보도로 여러 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던 현하 학원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정부책임자의 입장에서 그 전모를 개괄적으로 보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2일 서울대문리대를 시발로 빚어진 학원 시위는 그 동안 6개 종합대학·8개 단과대학·2개 지방 종합대학에까지 파급되었으며 그 결과 6명의 학생이 구속 기소되고 12명의 학생이 구류중임이 밝혀졌다.
이 같은 학생시위가 일어나게 된 원인의 한가지로서 민 장관은 『경제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원의 연구분위기 조성』에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구속 및 처벌된 학생들의 구제문제에 대해선 『현 사태가 단순히 구속학생 석방만으로 해결된다고 보지는 앉는다』고 전제한 다음 『교육적 견지에서 사태수습에 도움이 되는 길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하였다.
우리는 우선 최근 누구의 눈으로 보아도 불행하기 이를데 없는 학원사태가 국회에서 진지하게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평가한다. 학생들의 불만이 이유 있는 것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그리고 그들의 요구가 정당한 것인가를 말하기에 앞서 일부 학생들의 의사표시가 그를 제지하려는 외부의 물리적인 힘과 대결됨으로서 학원의 정상적인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사태는 당해 학생이나 교직자 또는 학부형의 입장을 떠나서 국가적·사회적 견지에서 볼 때도 여간 불행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국회에서 학원사태에 대한 질의가 전개되었다 하는 것은 이 같은 현장에서의 힘의 대결이라는 차원이 일단 의정단상에서의 토론의 수준에까지 지양되었다는 점에서 학원문제 해결에 어떤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다음으로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희생된 학생들의 구제문제에 대하여 민 장관이 『교육적 견지에서 사태수습에 도움되는 길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한 말을 평가하러 한다.
금년 봄 새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정부는 2년 전의 학원사태로 제적된 대학생 1백67명을 구제·복교케 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캠퍼스」내외의 큰 환영을 받은 바 있었다. 우리는 그 당시 진리는 무관심에서가 아니라 차라리 오류에서 나오고, 옳은 의견은 무 의견이 아니라 오히려 그릇된 의견에서 나올 수 있으며, 또 그와 마찬가지로 올바른 작위도 부작위가 아니라 되려 잘못된 작위에서 나올 수 있다는 소신을 피력하여 정부의 용단을 지지한바 있었다. 더우기 처벌학생을 사회적으로 추방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적인 견지」에서 그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의 교화를 위해선 대학이상의 좋은 장소란 따로 없음도 이미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민 장관이 이번 학원사태의 발단이 『반드시 학원내적 문제만은 아니고, 여러 가지 다른 불만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고 판단한 사실을 평가한다. 일부학생들의 불만이나 일부학원의 시위가 단순히 학원 내적인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면 학원정상화의 책임은 학교당국이나 지도교수들에게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은 민 장관도 옳게 지적하고있는 바와 같다. 문제는 학원내의 테두리를 벗어난 매우 「정치적」인 성격의 것으로 파악되어야 함을 부인해서는 그것이 옳은 사태수습의 방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학원 정화화의 길은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야 하는 교직자나 치안과 법의 유지에만 전념하는 경찰의 손을 떠나 보다 높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모색되어져야 한다. 학원정상화의 책임은 다름 아닌 정부와 정치가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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